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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영웅의 길 좇지말고… 내 안의 여성성과 만나라

입력 : 2014-06-06 19:52:38 수정 : 2014-06-06 19: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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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유복한 삶, 여성들의 공허함
“무엇을 위한 거지?” 질문의 실마리 풀기
모린 머독 지음/고연수 옮김/교양인/1만5000원
여성 영웅의 탄생/모린 머독 지음/고연수 옮김/교양인/1만5000원


제목의 ‘여성 영웅’이란 표현이 좀 거북하다. 흔히 쓰는 한국어 단어로 바꾸면 ‘여걸’이나 ‘여장부’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영웅이면 그냥 영웅이고 호걸이면 호걸이지, 굳이 성별을 따져야 할까. ‘여자는 영웅이 되기 힘들다’라는 편견이 은연중 배어 있는 듯해 영 개운치가 않다.

저자는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전공한 심리학자이자 상담사다. 30대부터 50대까지 직장 여성들의 고민을 주로 상담한 저자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상담을 요청한 여성 다수가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하고 유복한 삶을 사는데도 까닭 모를 공허감, 심지어 배신감을 토로한 탓이다. “이 여성들은 전형적인 남성 영웅의 여정을 따르며 학문적·예술적·경제적 성취를 이뤄냈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 의문에 시달렸다. ‘도대체 이게 다 무엇을 위한 거지?’”

책은 저자가 맞닥뜨린 이 거대한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기나긴 여정의 기록이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순간 ‘남성의 언어’에 갇힌다. 남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남자들이 정의한 ‘성공’의 개념을 고스란히 수용한다. 그래서 소녀들은 툭하면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외친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의 불행은 이처럼 모성을 부정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같은 여자 대신 남자, 어머니 대신 아버지를 ‘롤모델’로 택하는 순간 여자는 열등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보다 갑절의 노력을 기울인다. 행여 남성들이 자기한테 ‘딴마음’을 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화장과 옷차림도 최대한 단출하게 한다.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해 결혼하고 애를 낳은 뒤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성공하기’라는 종전 목표에 ‘자녀 똑똑하게 잘 키우기’라는 새 목표가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우리 주위에선 이처럼 일과 가정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녀들의 삶에 슬슬 균열이 생긴다는 점이다.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 머리가 얼얼해진다. 남들이 “다 갖췄다”며 부러워하는 시점에 그녀들은 정처 없는 방랑을 시작한다.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저자는 ‘여성성의 회복’을 주문한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라는 게 아니다. 내가 여자임을 인정하고,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부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놓아버리고 … 자신의 어둠을 대면할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녀의 그림자는 이름 지어주고 껴안아줘야 할 바로 자신의 것이다.”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2009년 히스패닉 최초로 미국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뒤 모든 공로를 어머니에게 돌렸다. 책은 여성들한테 “어머니와 모성, 그리고 여성성을 부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히스패닉 최초로 미국 연방대법관에 오른 소니아 소토마요르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소토마요르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된 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어머니 덕분”이라며 “나는 어머니에 비하면 그릇이 절반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남편을 여의고 간호조무사로 어렵게 일하며 두 자녀를 당당한 사회인으로 길러낸 어머니는 소토마요르에게 평생의 ‘롤모델’이었다.

책은 ‘여성 영웅’ 하면 흔히 떠올리는 아마조네스 전사의 이미지를 과감히 거부하라고 조언한다. “여성은 사랑하는 이다. 우리는 기꺼이 서로를 껴안고 남성들과 아이들과 동물과 나무를 껴안고 마음을 다해서 그들의 승리와 슬픔을 들어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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