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위로금 분쟁에 갈등 첨예… 상처뿐인 대구지하철 추모

관련이슈 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입력 : 2014-05-26 06:00:00 수정 : 2014-05-26 10:21: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상) 과거 사례의 교훈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2003년 2월 18일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한 대구지하철 참사는 국민 안전의식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지하철 내장재가 방염처리됐고 인프라 안전도 강화됐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 유족·부상자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고 후 대구시와 유족단체, 부상자단체간 고소·고발이 난무했고, 그로 인한 추모사업 지연으로 한 줌 유골로 남은 희생자들은 마지막 쉴 곳조차 찾지 못했다. 긴 시간 동안 패인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어느 한쪽 잘못으로 정리할 수도 없는 상태다. 안타깝게도 그 갈등의 중심에는 국민 성금으로 마련된 특별위로금이 자리한다.

◆11년째 출범하지 못한 추모재단

대구시는 사고 발생 이틀만에 모금을 시작했고,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해 672억원이 모였다.

대구시는 유족 및 부상자 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국민성금으로 신원미확인 사망자 6명을 제외한 186명에 대해 1인당 2억2100만원의 특별위로금을 균등 지급하고, 부상자에 대해서는 총 75억5800만원을 부상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또 국민성금 중 110억원 가량을 출연해 추모재단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추모사업은 시작부터 재단출연금에 대한 이견으로 유족단체를 분열시켰다. ‘희생자유족대책위원회(이하 희생자대책위)’는 ‘110억원 가량을 재단설립비용으로 남겨두자’, 2·18유족회는 ‘우선 배분한 뒤 다시 갹출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양 단체는 매년 추모식을 따로 열고 있다.

유족과 대구 시간 불신의 벽은 더욱 높고 두텁다.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은 “8년간 27차례의 추모위원회 회의를 하고 2010년 12월 재단 창립총회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대구시가 유족, 부상자 단체간 갈등을 핑계로 재단출연증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재단 출범에 대해 유족단체간 합의는 이미 끝났고, 부상자단체에는 법원 조정을 통해 추모재단설립에 관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병현 대구시 지하철사고수습팀장은 “재단 이사회 임원에 부상자, 유족단체를 골고루 구성하고 상임이사 폐지하고 임기를 제한하면 허가내주겠다고 했는데 희생자대책위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족단체는 대구지하철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 안전의식 부재인 만큼 시민을 대상으로 한 ‘2·18안전문화재단’을 추진하는 반면 대구시와 부상자단체는 피해자들도 혜택을 받는 복지재단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조정능력을 발휘해서 유족, 부상자단체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오히려 유족단체와 갈등을 빚으며 추모재단 문제를 방치해 온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았다

추모재단 설립으로 인한 갈등은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사고 직후 대구시는 묘역·추모탑 등 희생자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추모공원 부지는 주민 반대에 부딪쳐 표류하다 2008년 12월에야 동구 팔공산 자락에 ‘추모’라는 단어가 빠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로 자리잡았다.

갈등은 1년 후 이 곳에 유족이 희생자 32명 유골을 매장하고 대구시가 이를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골 불법 암매장사건’으로 고발하면서 극한에 다다른다. 유족은 대구시가 이면합의에서 테마파크 수목장에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3년 송사끝에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유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도 감당하기 힘든데 불법 암매장을 한 범죄자로 몰리기까지 했다”며 분노했다.

대구시는 “약속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또 유족단체가 지하철참사 백서 제작비용을 횡령했다고 검·경에 수사의뢰했다. 검·경은 무혐의 내사종결 처리했지만, 대구시와 유족단체간 앙금은 더 깊어졌다.

해마다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추모식에서는 인근 상가 주인과 참배하러 온 유가족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은 “32명 암매장사건은 1만도 고열속에 스러져 한줌도 안되는 유골을 유족들이 6년동안 모시다가 묘비명 하나 없이 추모탑 밑에 묻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인근 상인들이 추모탑에 접근하지 못하게 철조망을 치고 ‘재수없다’며 밀가루, 소금을 뿌리곤 한다”고 개탄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