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단련된 시지각력 활용 맞춤학습법
콘센트에 코드를 꼽다 찌릿해서 손의 물기를 닦는 꼬마, 눈밭에 수십 번 넘어진 끝에 멋지게 스노보드를 타게 된 소년, 모아둔 용돈으로 장난감을 사며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된 소녀…. 이들은 모두 기술과 지식 위에 가치, 태도, 정서적 반응까지 더해진 학습을 경험한 것이다. 공부하는 데 필요한 두뇌의 기능을 인지기능이라 하고, 이 인지기능의 사용을 조절해주는 더 상위의 두뇌능력을 초인지기능이라고 한다. 초인지기능으로 인지를 조절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할 때 자아효능감이 올라가며, 이런 경험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나아가 자기주도인생을 열게 된다. PC방을 전전하던 중3 지혁(가명)이는 오토바이 절도까지 연루된 상황에서 상담하게 되었다. 지혁이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숨지자 PC방을 피난처 삼아 게임에 빠진 경우였다. 그러던 중 어머니마저 우울증이 생겨 입원하자 지혁이는 공부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필자는 우선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학습법 위에 지혁이만의 맞춤학습법을 찾아 인지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상담을 계획했다. 게임도 규칙을 알아야 재미있게 빠져들 듯, 학습도 방법을 알면 충분히 재미있다는 사실부터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롤게임 같은 현란한 자극 외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지혁이었기에 게임 이상으로 흥미로운 동영상을 동원해 뇌에서 이뤄지는 학습 메커니즘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집중력과 기억력을 이해시킨 다음 본격적으로 예습과 수업, 복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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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희 서울시교육청 마음건강 원스톱지원센터 실장 |
공부에 필요한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법을 알게되면서 지혁이는 수업 중에 엎드려 자고 한밤중이면 책상에 앉아 조는 비효율적인 행동을 고쳐나갔다. 공부에 흥미를 느껴 수업에 집중했고, ‘학습된 무기력’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지혁이는 고교에 진학한 후 반장이 되었고 전교 50등 성적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훈련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종이에 꿈을 기록하면 그것이 목표이고, 목표를 날짜와 함께 적으면 계획이 되며, 이 계획에 시간 관리를 더할 때 꿈은 실현된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찾고 수정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평생교육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유연한 청소년기의 뇌에 들어간 배경지식은 무덤까지 가져갈 확고한 평생의 자원이다.
신성희 서울시교육청 마음건강 원스톱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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