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철도 연결은 사실 북한 지도부의 결단만 있다면 언제라도 실현 가능한 일이다. 2007년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시범 운행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남측 관광객 피살에 따른 남한의 금강산관광 중단 조치 등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자 북측은 아예 철길을 닫아버렸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를 지렛대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 폴란드 등 주로 옛 공산권 27개 국가가 가입한 OSJD는 국제철도 연결과 이용 관련 상호 협력을 꾀하는 기구다. 회원국을 경유한 열차가 제3국에 갈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고 있다.
차준영 객원논설위원 |
남북 간 긴장의 파고가 높은 이때 코레일 최연혜 사장이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OSJD 사장단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국이 OSJD 제휴회원으로 가입한 직후 방북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기구는 코레일이 시베리아횡단철도나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되려면 반드시 가입해야만 할 다자간 협정이다.
한국은 그동안 수차 가입을 시도해왔지만 북한의 방해로 옵서버 자격조차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한국이 제휴회원으로 가입해 의사 발언권을 갖게 된 것이다. 또 폴란드 측 의장의 요청에 따라 북한은 최 사장에게 초청장을 보내 비자 발급도 허용했다.
최 사장은 입북할 때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북한 열차를 타고 압록강철교를 거쳐 신의주∼평양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이용했다. 남측 인사로서는 중국에서 열차 편을 이용해 평양에 들어간 첫 사례라고 한다.
첫술부터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OSJD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국제기구의 협력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협력의 기반을 잘 다져 철마가 마음껏 남북을 오가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차준영 객원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