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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서 유럽 정착까지 500년 걸린 종이 이야기

입력 : 2014-04-25 20:52:10 수정 : 2014-04-25 20: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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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오르세나 지음/강현주 옮김/작은씨앗/1만6000원
종이가 만든 길/에릭 오르세나 지음/강현주 옮김/작은씨앗/1만6000원

종이를 발명한 것은 중국 한나라의 환관 채륜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덤과 망루 등에 대한 고고학적 성과는 채륜 이전에 만들어진 종이의 존재를 증명한다. 중국에서 만든 종이가 세계로 확산된 것은 종이가 가진 ‘정직성’이란 속성 때문이었다. 아랍과 유럽에 종이가 전파되기까지 사용되었던 소재는 뒷면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잘못 쓴 글자, 심지어 왕의 서명까지 고칠 수 있었다. 중요한 문서에 적힌 내용을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통치자는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종이의 틀린 글자는 손상 없이 다시 쓰기가 불가능하다. 이런 속성이 지배자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졌고, 종이는 본격적으로 확산된다.

8세기에 아랍에 전해진 종이가 500년이나 지난 13세기에 이르러서야 유럽에 정착한 이유는 뭘까. 중세 유럽인의 입장에서, 종이는 아랍에서 온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그들에게 종이는 코란을 적은 ‘불경스러운 물건’으로 간주되었다. 기독교의 신성한 ‘복음’을 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책이 전하는 종이 이야기가 재밌다.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이자 인류 문명과 역사를 혁명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종이의 역사는 흥미로운 소재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종이 이야기를 들려 주기 위해 발상지인 중국의 우름키에서부터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일본의 에치젠, 인도의 볼리우드, 캐나다의 트루아리비에르 5대륙의 15개국을 돌았다. 그가 여행한 곳은 하나같이 종이와 관련된 역사 깊은 기억과 소중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마르셀 프루스트, 루이 파스퇴르 등의 세계적인 문학가 및 과학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던 ‘원고’를 둘러싼 이야기, 프랑스 ‘위조지폐 제조왕’ 보자르스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화장지, 청소년소설, 종이접기 같은 시시콜콜한 소재를 활용해 종이의 다양한 속성을 들려준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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