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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심복 7인방 계열사 이사·감사 맡겨 ‘막후 경영’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장남 대균(44), 차남 혁기(42)씨와 함께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계열사 50여곳을 실제 운영하고 있지만, 어느 계열사에서도 임원은 맡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 신고된 지분 또한 단 1주도 없다. 경영에 관한 법적인 권한도, 책임도 없는 유 전 회장은 어떻게 이들 계열사를 꾸려왔을까.

해답의 열쇠는 ‘구원파’인 기독교복음침례회에 있다. 종교적으로 얽힌 충성스러운 측근들을 통해 이들 계열사를 대리 경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 몸담은 핵심 신도들을 계열사 대표나 이사, 감사로 끌어들여 ‘막후 경영’을 했다는 것이다. 회사 지분 투자에 동참토록 해 경제적인 결속력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2009년 말까지 계열사 국제영상의 지분 28.8%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있었다. 이 회사의 201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 전 회장의 이름이 주요 주주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를 끝으로 유 전 회장은 계열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감사보고서 등 공식 문서에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장·차남과 더불어 핵심 측근인 7인방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들 측근은 계열사 이사와 감사 자리를 이리저리 어지럽게 옮겨다녔다. 배후에서 조종하는 이가 있다는 얘기이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김혜경(52)씨는 현재 한국제약 대표이사에 올라 있다. 그는 유 전 회장의 재산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제약은 건강식품을 만들어 유 전 회장 측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5년 5월 다른 계열사 문진미디어의 이사를 맡았다가 2010년 1월 사임했다. 김 대표는 방문판매 계열사인 다판다의 지분도 24.4%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서도 대균, 혁기씨에 이어 3대 주주(6.29%)로 등재됐다.

문진미디어의 최대주주(25%)인 이순자(71)씨는 1993년부터 10년 동안 문진미디어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씨는 2002년부터 3년 동안 한국제약의 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이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있다가 지난달 사임했다. 건강식품을 만드는 계열사 세모를 이끄는 고창환(67) 대표이사 역시 2000∼2003년, 2004∼2010년 두 차례 한국제약의 이사직에 올랐다. 고 대표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를 맡기도 했다. 송 대표와 고 대표는 계열사 직원들이 출자에 참여한 세모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출신이기도 하다.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청해진해운 모회사인 천해지의 대표이사를 겸하는 변기춘(42) 대표도 한국제약의 등기부등본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72) 대표이사는 2010년부터 2년 동안 세모의 감사로 있었고,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감사직에선 최근에 내려왔다. 다른 계열사인 온지구와 국제영상의 감사직도 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청해진해운의 2대 주주(11.6%)이기도 하다. 계열사 새무리를 이끄는 황호은(63) 대표이사도 세모 대표에서 자리를 옮겼다.

고개숙인 구원파… “세월호 선장 교인 아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연관 의혹을 받아온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김성일 총회장(오른쪽에서 첫 번째) 등 간부급 인사들이 24일 서울 용산구 크라운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소속 교인이 아니며, 청해진해운 직원 10% 남짓 정도만 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이들 7인방 가운데 김한식 대표와 변기춘 대표는 ‘구원파’라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도 핵심적인 지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측근 역시 직·간접적으로 구원파 활동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 종교계의 전언이다. 따라서 유 전 회장은 필요에 따라 이들 측근의 자리를 옮겨 손발처럼 쓰면서 경영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측의 손병기 변호사는 회사나 교회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계열사와 고객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문료를 받은 적은 있다”면서도 “비자금은 금시초문”이라고 해명했다. 유 전 회장은 현재 작품활동을 위해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 종교시설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의 작업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가가 수천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손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피해가 얼마든 가진 재산으로 전부 다 위로금을 지급하는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대해 인천 지방검찰청은 공문에서 오대양 사건이 “당시 수사기록 검토 결과 집단자살이 구원파 측이나 유병언 회장과 관계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라는 직위가 없어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목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으며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신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 천해지의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아니고, 유 전 회장은 높낮이모임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사실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추정재산 중 상당수의 땅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유 전 회장의 소유가 아니고, 해외에 어떤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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