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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 공군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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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1 20:55:19 수정 : 2014-04-21 2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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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중요해지는 우주안보
천문대 세우는 공군사관학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주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우주쓰레기가 날아다니고 있다. 대부분 폐기된 인공위성인데 언젠가는 우리나라에 그중 하나가 추락할 수 있다. 위성 중에는 핵연료로 추진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관련 정보를 선진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조기에 발견하고 추락 궤도를 예측할 수 있는 우주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추락하는 위성은 물론이고 궤도가 알려지지 않은 위성도 추적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에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가 천문기술이다. 천문학은 별을 바라보는 낭만적 학문 같지만 사실은 국가안보에 깊이 관련돼 있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캄캄한 밤하늘에서 아주 희미한 빛을 찾아내는 기술이 바로 천문기술이자 국방기술인 것이다. 여기서 기초과학을 홀대하면 국가안보에도 해독이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첩보위성을 식별할 능력이 없는 나라를 우주시대의 진정한 독립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강대국들은 허락 없이 영공을 통과하는 위성을 추락시킬 수 있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 이런 우주감시 문제를 누가 맡아야 하는가. 미국 우주사령부 사령관이 공군 대장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우주작전의 1차 책임자는 공군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공군의 사명이 우리 영공에 들어온 적기를 격퇴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사실 지난 60여 년 동안은 그 정도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공군의 사명은 시대에 따라 변하면서 점점 더 막중해지고 있는데 우주안보 분야도 그중 하나다. 우주안보 분야에는 우주감시 문제 이외에도 우주측지나 우주환경 문제도 있다.

우주측지 분야에서는 위치추적시스템(GPS) 마비 같은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 방해전파가 대한민국 영토 안에 들어오는 것은 무장공비가 들어오는 것과 똑같이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GPS 교란은 대전차장벽으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주환경 분야에서는 강한 태양 자기폭풍이 늘 걱정이다. 이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여러 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작게는 통신교란부터 크게는 정전사태까지 모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태양 활동에 따른 방사선 피폭 문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공군은 오래전부터 건배할 때 ‘하늘로!’ 외치면 ‘우주로!’ 답하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왔다. 최근 공군은 우주전력 확보를 위해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민·군 협력은 국방비를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국방경영을 안정시킨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국민이 한다는 국방격언과도 일치한다.

특히 공군의 치밀한 인재양성 정책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천재로 알려진 내 멘티 송유근군에게 논문지도하고 있는 공군사관학교(공사) 최재동 대령을 예로 들겠다. 내가 아는 한 최 대령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군인이다. 이런 장교가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공군, 아니 국군의 자랑인 것이다.

최 대령뿐 아니다. 우주작전의 핵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훨씬 업그레이드된 ‘스마트 공군’을 만들어가는 영관장교들이 이미 여럿 포진하고 있다. 혜안을 가진 참모총장들에 의해 우주를 향한 공군의 집념이 꽤 오래 전부터 자라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 ‘박사장교’들이 올해 공사 단재관(건물 이름)에 전시관 ‘우주누리’를 만들었다. 생도들에게 별을 보여주겠다고 추운 겨울밤 천체망원경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항공우주군’을 향한 공군의 ‘풀뿌리’ 노력들이다.

이런 후배 영관장교들의 뜻을 읽은 선배 장군들의 지원으로 올해 공사에 천문대가 들어서게 됐다. 또한 이런 ‘공군 스토리’에 감동해 한국천문연구원은 시험제작한 지름 1m 반사망원경을 기증했다. 공사는 천문대를 생도들의 교육에 활용함은 물론 국민에게도 과감히 공개할 방침이다. 천문대를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이제 공사에 지원하는 청소년들은 비행기 조종사는 물론이고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스마트 공군’이 되려면 당연히 공군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박사장교’들이 ‘성골’인 조종사들보다 진급이나 기타 대우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주를 향한 공군의 집념이 가까운 미래에 활짝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1일에 취임한 최차규 34대 대한민국 공군 참모총장께 ‘스마트 공군’ 시대를 열어줄 것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부탁드린다.

“여러분 중에서 공군 대장 우주사령관이 나와야 돼!”

“생도들은 대륙을 경영했던 우리 역사를 잊으면 절대로 안 돼!”

“남북통일은 결코 먼 얘기가 아냐. 내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우승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몰라!”

천문학 수업 중 내 당부에 큰 소리로 “예!” 답하는 공사생도들의 눈동자 때문에 나는 이번 학기도 고속도로를 달린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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