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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엄마 아빠 부를 ‘바닷속 아이들’, 반드시 살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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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7 21:07:32 수정 : 2014-04-17 21: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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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 여기서 죽을 것 같아 무서워”, “엄마 말 못 할까봐 미리 보내놓는다. 사랑해”, “어떡해, 엄마 안녕”, “얘들아, 모두 살아서 보자”.

진도 앞바다에 침몰하던 여객선 세월호에서 전해진 사연 하나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엄마 아빠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다. 문자를 보낸 아이 중에는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사를 알 길이 없다. 차가운 바다에 갇혀버린 뱃속에서 흐려져 가는 의식을 다잡으며 안타깝게 “엄마, 아빠”를 목메어 부르고 있을 게 분명하다. 살아남은 한 승객의 말이 더 애를 태운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학생들이 발밑에서 유리창을 두들기며 살려 달라고 아우성쳤어요. 미처 못 구한 남학생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 미칠 것 같아요.”

바다 밖의 부모는 더 애가 탄다. 마지막 말을 남겨두고 바닷속에 잠겨버린 아이들의 생명 끈을 꼭 붙들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 아이 살려 달라”며 애원한다.

진도 앞바다에서 빚어지고 있는 참극이다.

차가운 바닷속 어두운 선실에서 죽음과 맞서 무서움에 떨고 있을 실종자들. 그들을 반드시 구해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참사 이틀째,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해군 해난구조대 82명, 특수전 전단 114명, 육군 특전사 150명, 해경 잠수요원, 민간 구조요원 등 500명이 넘는 구조대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밧줄에 몸을 맨 체 산소통을 메고 바다로 뛰어들어 선체 수색에 나서고 있다. 2인1조로 서로를 의지하며 끊임없이 선체로 들어가고자 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은 아직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바닷속 물 흐름이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시계도 20㎝ 정도에 불과하니 이들의 사투는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구조작업은 늦어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 바닷속에 갇힌 아이들과 승객들을 구해내기를 부탁한다.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은 구조요원들이다. 그들은 몸을 떨면서도 배 철판을 통해 들려올 생사 확인의 망치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두려움을 떨치고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는 구조요원들의 희생정신이야말로 우리의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는 마지막 등불이다.

시간은 없다. 벌써 이틀이 지났다. 침몰한 배 안의 밀폐된 공간에서 생존 가능한 시간은 평균 69시간이라고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기적은 있다. 2013년 12월 대서양에서 전복된 선박에서 나이지리아인이 60시간 만에 구조되지 않았는가. 선체 내에 에어포켓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를 투입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실종자 전원이 살아 있다는 전제 아래 모두 찾을 때까지 수색과 구조에 힘을 다해야 한다.

안산 단원고의 한 학생은 이런 글을 남겼다. “꼭 살아 돌아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자. 사투를 벌이는 구조요원들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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