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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홈피 사이버공격 모의… ‘철없는 고3’

입력 : 2014-04-16 19:52:35 수정 : 2014-04-17 0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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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조직 ‘어나니머스’ 모방… 채팅으로 동료들 모아 계획
유튜브에 예고 영상 올렸다 언론 공개로 주목받자 철회
고등학교 3학년인 강모(17)군은 지난달 초 정부기관 홈페이지에 대해 사이버공격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가기관에 대한 공격을 결심하고 동료를 모았다. 강군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알게 된 배모(14·중3)군과 대학생 우모(23)씨, 필리핀인 J(15)군 등과 채팅을 통해 공격을 모의했다.

공격 대상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국세청,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정부포털로하고 공격날짜는 4월14일로 정했다. 4월14일이 애인 없는 사람들이 만나 자장면을 먹는다는 ‘블랙데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강군 등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국제적인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란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어나니머스 가면을 쓴 외국인이 영어로 “한국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국민을 억압하므로 4월14일 사이버공격을 감행하겠다”고 말하는 동영상도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 속 목소리는 배군이 영어 문장을 입력하면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었다. 배군의 영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 못해 필리핀인 J군의 교정도 거쳤다.

지난달 22일 이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4·14 공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이 커진 데 대한 불안감을 느낀 강군이 이튿날 해킹 계획을 철회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6일 정부통합전산센터에 해킹을 시도한 혐의(공무집행 방해 등)로 강군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J군에 대한 공조수사를 필리핀에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군 등은 본격적인 해킹에 앞서 정부 홈페이지의 취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달 18일 정부통합전산센터에 대해 사전 해킹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보안시스템에 막혀 미수에 그쳤다.

특히 해킹 공격을 시도한 필리핀인 J군은 한국 정부 기관 홈페이지의 도메인 주소 형식이 ‘go.kr’이라는 사실을 몰라 ‘.kr’로 된 엉뚱한 사이트를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군은 경찰에서 “나는 어나니머스가 맞다”고 진술했지만 J군을 제외하고는 해킹 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만 만남을 가진 탓에 대학 졸업반인 우씨는 자신이 고3 학생의 지시에 따라 해킹을 모의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이 어리고 모두 초범이지만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 만큼 모두 입건했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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