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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형제'가 비판한 한국의 '공부 풍토'

입력 : 2014-04-15 18:04:38 수정 : 2014-04-15 18: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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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두식 교수 대담집 '공부 논쟁' "이공계 위기라는 얘기가 10여년 전부터 나왔죠. 다 허구입니다. 교수들이 만들어 낸 '구라'예요. 옛날에는 고등학교에서 1등 하던 애들이 다 서울대 물리학과나 화학과로 갔는데 지금은 다 의대로 빠진다는 게 핵심입니다."(형 김대식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요즘 대학에서 연구팀을 이끄는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연구원들을 먹여 살리는 '병참'입니다. 3년 후 뭐가 뜰지, 5년 후 뭐가 뜰지를 예측해서 어떤 싸움을 할지 정하고, 직원들 먹여 살리려고 늘 밖에서 돈을 따 와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과 똑같은 신세죠."(동생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의 풍경' '불편해도 괜찮아' 등 한국의 사법 현실과 인권 문제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집필한 김두식 교수가 형 김대식 교수와 함께한 대담집을 냈다. 한국의 잘못된 공부 풍토를 꼬집는 '공부 논쟁'(창비)이다.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로 소개된 이들 형제는 이 책에서 외국에 종속된 한국의 학문 현실, 아이들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 등 한국의 교육 환경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다.



김대식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두식 교수와 함께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학계의 풍토를 지적하면서 "서울대 교수의 사회적 지위는 연구를 잘해서 나온 게 아니라 고교에서 공부를 잘한 학생들을 데리고 있어서 생기는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서울대 교수들이 다 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공계가 정말 위기라고 하면 '고교 때 공부 잘하던 친구가 여기서도 잘해야 한다'는 가정이 맞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어요."(김대식)

"고교 때 (교수) 자신이 공부를 잘했고, 고교 때 공부를 잘한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는 데서 힘과 권위가 나온다는 거죠."(김두식)

같은 맥락에서 이들 형제는 유학파가 중심이 된 탓에 한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고서는 국내 대학교수로 임용되기 어려운 학계의 현실도 비판했다.

김대식 교수는 "일본이 받은 노벨상 18개 중 16개를 국내 박사가 받았고 나머지 2명은 지도교수와 싸워서 유학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도 우수한 사람들이 있으니 언젠가는 되겠지' '도쿄대 물리학과도 세고 서울대 물리학과도 세니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국의 DNA가 없다. 한국 박사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딴 두 사람은 "이 책이 비판하는 것이 다 우리 얘기"라며 "책 제목을 '웃기는 형제의 하늘에 대고 침 뱉기' 정도로 짓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그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두 형제는 어린 나이부터 학생들을 경쟁으로 몰아넣는 교육은 성공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면서 '늦게 흥미를 붙여 시작한 공부'가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에 2년 있었는데, 거기서 대학 들어오는 학생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합니다. 그런데 그들이야말로 30세에 승부하죠. 독일에는 30세 이전 박사과정생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2차방정식에서 헤매던 학생들이 10여년 지나 내놓는 연구업적을 보면 절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에요."(김대식)

"우리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애들을 '번아웃'(burn out), 타 죽게 하는 경쟁에 내몰고 있습니다. 다 타서 죽는데 결과는 안 나와요. 교육운동 하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나중에 정신 차려서 공부하는 애들이 가장 점수가 잘 나온다고 합니다. 늦게라도 스스로 재미를 붙여서 공부를 시작하는 게 나라도 살고 개인도 사는 길입니다"(김두식)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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