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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 vs 하층민 vs '인도판 안철수'… 印 총선 삼국지 '팡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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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6 21:25:11 수정 : 2014-04-07 0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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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축제’ 7일부터 대장정 인도 총선이 7일(현지시간)부터 36일간 대장정에 돌입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인구(12억명)를 자랑하는 인도의 이번 총선 유권자는 8억1450만명이다. 유럽연합(EU) 인구(5억명)보다도 많다. 인도 총선이 지구촌 최대 민주주의 축제라 불리는 이유다.

하원 의원 543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제1야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우세가 점쳐진다. 2004년 정권을 잡은 인도국민회의(INC)의 인기가 집권 2기(2009∼2014년) 동안 발생한 각종 부패 스캔들과 경제 침체 등으로 바닥을 치면서다. 인도인민당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노리며 총리 후보로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64)는 ‘일자리’와 ‘경제성장’ 공약으로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선거전을 이끄는 주요 정치인의 이력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도 인도 총선의 흥미를 더한다. 인도가 1947년 독립한 후 67년 동안을 거의 대부분 통치한 ‘네루·간디 집안’의 적자 국민회의 라훌 간디(44) 부의장과 차이(인도식 홍차) 상인 출신 모디의 경쟁은 종종 ‘왕자와 거지’의 대결로 비유된다. 여기에 2012년 아마드미당(AAP)을 창당한 세무공무원 출신의 아르빈드 케지리왈(46)은 ‘반부패’ 구호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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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노점상에서 유력 총리 후보로

극우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의 총리 후보인 모디는 ‘인생역전’의 대명사다. 1950년 구자라트주의 하층 힌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길거리에서 차이를 팔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1970년 힌두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민족의용단(RSS)에 가입한 뒤 이 단체를 모태로 결성된 BJP에 진출했다. 1995년에는 구자라트주 지방선거에서 당의 승리에 기여하며 ‘선거전략가’로 명성을 떨친다.

그는 2001년 구자라트주 총리에 오른 후 역동적인 리더십과 과감한 해외투자 유치 등으로 구자라트를 인도 경제의 선봉으로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4연임에 성공하며 구자라트주 역사상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그에게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모디는 2002년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를 무차별 살상해 2000여명이 숨진 ‘고드라 사건’을 방조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구자라트주 당국은 힌두교 성지순례단이 탄 열차에 이슬람교도가 불을 질러 59명을 숨지게 했고 이 때문에 고드라사건이 벌어졌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학살을 사실상 비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모디의 경제적 성취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부임 이전부터 이미 공업화돼 인도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 같은 다면성 때문에 모디는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이자 가장 미움을 사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최대 도전에 직면한 명문가 자제

집권 국민회의 간디는 ‘인도판 케네디가’의 장손이다.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초대 총리로서 인도를 17년간 통치한 자와할랄 네루다. 할머니인 인디라 간디는 1966∼77년, 1980∼84년 총리를 지냈고, 아버지 라지브 간디도 1984∼89년 총리로 재직했다. 어머니 소냐 간디는 집권당 당수로 현 인도 정국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런 이력 때문에 국민회의 총선 승리와 간디의 차기 총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그에게 인생 최대 시련이 될 전망이다. 정계 입문 9년 만인 지난해 당 부의장에 오르며 총선 진두지휘의 책임을 맡았지만 당 지지율은 줄곧 추락 중이다. 국민회의 집권 2기 인도 물가는 10% 이상 치솟았고 경제 성장도 둔화했다. 잇단 부패 스캔들도 그의 총리행에 악재로 불거졌다.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206석인 국민회의 의석이 100석 미만으로 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간디는 지난해 “가난은 마음의 상태다.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현실을 모르는 황태자’라는 비난을 샀다. 2012년에는 그의 지역구가 속한 주의회 선거에서도 참패,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국민회의는 그를 총리 후보로 내세우는 것도 미루고 있다.

◆젊은층 인기 업은 ‘반부패’ 총아

‘보통 사람’이라는 뜻의 아마드미당을 이끄는 케지리왈은 우리나라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대표를 연상시킨다. 그는 ‘반부패’ 구호를 앞세워 당을 만든 지 1년 만에 델리주 하원 선거에 처음 참여, 70석 중 28석을 차지해 주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

세무공무원 출신인 그는 2011년 반부패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제2의 간디’라 불리는 인도의 선구적 사회운동가 아나 하자레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창당 과정에서 하자레와 멀어졌고, 핵심공약이었던 반부패 법안의 주 하원 통과가 무산되자 주총리직을 취임 49일 만에 내던져 “아마추어 선동가 티를 벗지 못했다”는 냉소적 평가를 받았다.

케지리왈은 이번 총선에서 400개 이상 지역구에 후보를 내며 ‘전국정당화’의 시동을 걸었다. 그는 특히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1억5000만 젊은 유권자를 겨냥, 젊은 후보들을 앞세워 인도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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