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별 거래총액 1조원 돌파 10곳…성북·양천·마포·동작·강서구 신규 진입
강남구 평균 거래가격 8억3428만원, 서초구 제치고 1위 '탈환'
‘28조원’
8억4500만원 상당의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 3313호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은마아파트가 전체 4424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1~2개 동을 제외하고 전체 단지를 매입할 수도 있다.
이 ‘28조원’은 2013년 한 해 서울에서 매매거래가 된 아파트의 거래총액이다. 2012년에 18조원이 거래된 점과 비교하면 약 1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시장에 내놓은 두 차례의 대책이 수요자들의 지갑을 공략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 강남3구에서 8조9000억원 풀려…전체 거래총액 증 32% 차지
2013년 발표된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목적을 두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 즉, 강남3구에도 적지 않은 혜택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강남과 서초, 송파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거래의 총액은 8조9865억원으로 서울 전체 거래금액의 32%를 소화해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3조6633억원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으며, 그 뒤를 이어 송파구(2조9988억원), 서초구(2조324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의 개포동, 서초구의 반포동·잠원동, 송파구의 잠실동·가락동에 위치한 재건축 아파트들의 사업이 가시화 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불러모으는 호재로 작용했다. 또한 85㎡(또는 6억원 이하)이하의 매매거래에 대해서는 5년간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의 영향으로 강남3구 일대 다수의 아파트들이 수혜를 받았다.
평균거래가격이 가장 높은 곳도 강남구로 8억3428만원을 기록했다. 반포 재건축 일대 아파트 영향으로 2012년 1위를 기록했던 서초구(8억1527만원)는 한 계단 내려왔으며, 역세권 개발사업 무산에도 불구하고 용산구(6억6942만원)가 3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송파구(6억3818억원), 고급 주상복합이 입주한 마포구(5억6072억원)등이 상위권을 지켰다.

한편, 자치구별로 거래총액을 살펴봤을 때 1조원을 넘는 자치구가 총 10개로 2012년 5개를 훌쩍 넘어섰다. 강남구와 송파·서초·강동·노원구는 높은 거래량 및 수요자 선호도로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1조원을 넘어섰으며, 성북구과 양천·마포·동작·강서구는 새롭게 진입했다.
이는 2013년 거래시장 특징이 소형·저가 중심으로 빠르게 매물이 소진되며 신규 진입한 지역 중심으로 다수의 거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0일 부동산114가 강남3구와 비강남지역을 구분하여 가격특징을 살펴본 결과, 강남3구의 경우 평균 거래가격은 7억5257만원, 중위 거래가격은 6억8250만원을 기록하며 약 7007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강남3구 내에 고가 아파트 거래가 다수 이루어지며 평균 거래가격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비강남권의 평균거래가격은 3억6817만원, 중위권 거래가격은 3억3200만원으로 3617만원의 차이를 보이며 강남3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래가격구간을 분위로 구분할 경우 강남3구의 10분위 최저거래가격은 11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남3구 내에서 거래된 총 아파트 중 상위 10%의 최저 진입가격을 의미한다. 서울 10분위 최저거래가격이 7억6500만원, 비강남 5억6000만원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 금천구 중형 아파트 거래가격, 대형의 90% 수준까지 올라
최근의 아파트 시장 최대 화두는 중소형이다. 대형에 대한 수요감소와 환금성 저하로 선호도가 낮아지는 반면, 중소형은 수요자가 많고 임대사업용으로 사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중소형의 3.3㎡당 매매가격이 대형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거래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이 중소형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을까. 정답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114가 각 자치구별로 대형의 거래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형의 거래가격을 살펴본 결과, 금천구 소형은 대형의 63.7%, 중형은 대형의 89.9%까지 거래가격을 기록했다.

즉, 금천구 A아파트 대형 거래가격이 1억원이라고 할 때 중형 거래가격은 8990만원이라는 것이다. 대형의 가치가 낮아진 것도 영향이지만 중소형 매물에 대한 선호도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전세난으로 인해 매매전환을 고려하는 수요자의 증가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동대문구 중형(86.2%) ▲관악구 중형(80.3%) ▲강북구 중형(79.5%)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동일한 방법으로 2012년과 비교해봤을 때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서대문구 중형이다. 2012년에는 대형면적 거래가격의 60.4% 수준을 기록했었지만 2013년에는 71.5%로 11.1%p 증가했다.
이 일대 중형가격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중소형의 가치증가 보다는 대형의 가치하락이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9년에 이어 2012년 입주한 가재울 뉴타운 일대도 수요자들의 큰 반응을 불러 모으지 못했고, 중소형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는 지역적 특성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중형의 뒤를 이어 서대문구 소형이 9.4%p, 중랑구 중형이 7.3%p 기록하며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 강남 및 성수동 일대 주상복합·고급빌라 거래가격 상위권 포진
2013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곳은 강남구 청담동의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다. 전용 244.32㎡의 이 매물은 총 52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액을 기록했다. 2006년 2월에 준공했으며, 층당 1세대가 거주하는 등 프라이버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이 부분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자산가들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구 용산동5가의 용산파크타워 243.85㎡는 46억원에 거래되며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2008년 10월에 입주했으며, 총 6개동(888세대)으로 이루어진 주상복합 아파트다. 과거부터 고위관료 등 사회 지도층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이촌동과 인접해있어, 이 생활권을 유지하고 싶은 신규주택 수요자들이 주 고객층이다.
강남3구를 제치고, 2012년 최고가 아파트에 이름을 올린 성수동1가의 갤러리아포레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용 241.93㎡가 44억원에 거래됐으며, 이 밖에 218.58㎡ 42억원 등 상위 10위 안에 4개나 포진했다.
이와 관련, 장용훈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전통적으로 고가거래 아파트의 주인공이었던 타워팰리스와 삼성동 아이파크는 1건씩만 이름을 올렸으며, 청담동 일대 고급빌라와 비강남권 주상복합에 그 주도권을 내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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