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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절벽’ 떨어진 비정규직 여성 곳곳에

입력 : 2014-03-07 00:14:38 수정 : 2014-03-07 0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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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세계 여성의 날’ 106주년 팔을 다쳐 식당 일을 그만둔 어머니 박모(61)씨, 당뇨·고혈압으로 일을 할 수 없었던 큰딸(36),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둘째 딸(33).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은 사회보장제도의 허점과 더불어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비정규직 여성 가구의 혹독한 현실을 우리 사회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3·8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06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여성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과 출산 후에도 여성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여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빈곤율은 18.4%로 남성 빈곤율(14.6%)의 1.3배에 달한다. 정부가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 해소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여성들에게 사회 재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은 탓이다. 사회 복귀에 성공하더라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최근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이혼과 사별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임시직이 55만2466명(52.1%), 일용직이 21만1911명(20.0%)에 달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12만2000원으로, 지난해 최저생계비 126만315원(3인 가구 기준)에 못 미쳤다.

서울에서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최명희(43·여·가명)씨는 공공근로와 의류매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하지만 월 수입은 1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집에 들러 아이들 점심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직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이혼 후 엄마 역할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지려니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여성의 빈곤은 더욱 극심해진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 전기에 접어드는 65세 이상 74세 미만 남성의 빈곤율이 34.3%인데 여성의 빈곤율은 57.7%에 이른다. 결혼 후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국민연금의 혜택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남성의 경우 가입자의 95%가 국민연금을 받은 반면 여성 수급자는 63.9%에 그쳤다. 반대로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기초노령연금은 여성 노인의 수급률이 72.5%로 남성보다 1.3배 높았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여성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 등의 문제를 고려한 여성의 생애주기별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빈곤에 노출된 여성 가구의 사례 관리를 철저히 해 다양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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