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지위 향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3·8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06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여성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과 출산 후에도 여성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여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이혼과 사별한 여성들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임시직이 55만2466명(52.1%), 일용직이 21만1911명(20.0%)에 달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12만2000원으로, 지난해 최저생계비 126만315원(3인 가구 기준)에 못 미쳤다.
서울에서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최명희(43·여·가명)씨는 공공근로와 의류매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 12시간씩 꼬박 일하지만 월 수입은 1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최씨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집에 들러 아이들 점심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직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이혼 후 엄마 역할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지려니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여성의 빈곤은 더욱 극심해진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 전기에 접어드는 65세 이상 74세 미만 남성의 빈곤율이 34.3%인데 여성의 빈곤율은 57.7%에 이른다. 결혼 후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국민연금의 혜택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남성의 경우 가입자의 95%가 국민연금을 받은 반면 여성 수급자는 63.9%에 그쳤다. 반대로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기초노령연금은 여성 노인의 수급률이 72.5%로 남성보다 1.3배 높았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여성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 등의 문제를 고려한 여성의 생애주기별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빈곤에 노출된 여성 가구의 사례 관리를 철저히 해 다양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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