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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있지도 않은 조직 회원으로 위장

입력 : 2014-03-05 06:00:00 수정 : 2014-03-05 13: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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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혐의’ 유우성 위조신분증 세계일보 단독 입수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 가입당시 존재 안해
맹원증 이름·생일 엉터리… 北 표기법 따르지 않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34)씨가 검찰에 제출한 위조 북한신분증에 기재된 발급 주체의 명칭과 발급일, 유씨의 생일 등이 모두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이 신분증을 근거로 ‘나는 북한사람 유광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간첩사건 수사를 통해 위조 사실이 들통났다.

4일 세계일보가 단독 입수한 유씨의 위조 북한 신분증 사본과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씨는 무단 방북 혐의 등으로 2010년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를 받자 1995년에 발급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맹원증을 제출했다.

김일성 사회주의연맹 맹원증 유씨가 ‘김일성사회주의연맹’에 가입했다고 기록된 시
점인 1995년 7월에는 이 단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 단체는 1996년 생겼다.
맹원증 겉에는 가맹번호와 생일, 가맹일, 유씨 이름이 기록돼 있고, 안쪽에는 유씨의 증명사진과 함께 청년동맹 가맹비 납부 기록란이 있다. 북한은 이 단체에 화교를 가입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맹원증은 유씨가 진짜 북한 사람이라는 근거가 된다. 이때는 검찰도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단 방북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2012년 유씨의 간첩 혐의를 본격 수사하면서 이 맹원증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우선 단체 명칭이 수상쩍었다. 북한은 1996년에 ‘사회주의 노동 청년동맹’을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으로 명칭을 바꿨다. 따라서 유씨가 가맹했다는 1995년 7월에는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이란 단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가맹 날짜도 이상했다. 유씨의 맹원증에는 ‘주체 84년’에 발급됐다고 적혀 있었는데, 맹원증이 발급된 1995년 7월에는 북한도 우리처럼 서기를 쓰고 있었다. 북한이 주체 연호를 쓰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3년 후인 1997년 7월부터다. 맹원증이 정말로 당시에 발급된 진본이라면 우리처럼 서기만 표기돼야 맞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은 맹원들에게서 가맹비를 납부받고 맹원증에 확인도장을 찍는데, 이런 흔적이 없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생일 역시도 유씨가 탈북 당시 밝힌 9월이 아닌, 10월로 돼 있었다.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이 4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유가강 유광일 조광일 유우성 등으로 신분을 바꿔온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에 대한 강제출국을 촉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안당국이 유씨를 상대로 이런 점을 지적하자, 유씨도 “신분위장용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부탁해 맹원증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유씨의 여동생 가려(27)씨는 맹원증과 관련해 “신분 탄로를 염려해 북한 보위부 지도원의 도움을 받아 맹원증을 위조했다”며 “친척들을 경유해 오빠에게 신분증이 전달됐다”고 공안당국에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유씨 남매의 진술을 근거로 유씨 아버지가 북한 보위부의 지원 아래 유광일 명의의 맹원증을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광일은 유씨가 중국과 한국, 영국 등지를 오가며 사용한 유가강, 유우성, 조광일 등 여러 이름 중 하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씨가 2010년 검찰 수사를 앞두고 맹원증을 급조하다가 최근 맹원증 양식을 이용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공안당국은 신분 위조에 대비해 북한의 옛 실정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조성호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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