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식탁엔 닭고기 냉묵·인풍술, 건배 오가며 한결 편안한 만남
함박눈속 거북걸음 금강산行… 평소 1시간거리 두배나 걸려 폭설도 이산가족의 간절함을 막지 못했다. 남한 상봉단을 태운 차량은 20일 오전 10시50분 남측 출입사무소를 출발했지만 눈이 많이 내려 오후 1시쯤에야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에는 종일 함박눈이 내렸다. 폭설로 금강산 현지와 서울로 연결된 직통전화 회선 9개가 모두 불통이 돼서 취재단의 기사 송고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도로의 눈은 치워져 있었으나 단체 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유리창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었다.
이산가족들의 상봉장과 숙소인 금강산 호텔과 외금강 호텔은 북한이 몰수와 동결 이후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건물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고 간판의 색도 바래 있었다.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에 걸쳐 단체 상봉을 한 뒤 북측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해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만남의 기쁨을 나눴다.
오후 7시17분쯤 시작된 만찬에서 북측 가족들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복 차림으로 먼저 입장했다. 이들은 뒤이어 들어온 남측 가족을 반갑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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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춤이 절로 20일 북한이 주최한 이산가족상봉단 환영만찬회에서 남측 상봉단의 류영식(92·가운데)씨가 북한에 살고 있는 조카 류옥선·류옥순 씨의 부축을 받으며 춤을 추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앞서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오전 아침식사 후 금강산행 차량 5대에 나눠 타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다. 이들은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오후 1시쯤 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남측 출입사무소에서는 출경절차가 일사불란하게 끝났지만 북측에서는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북측 세관원들은 이날 남한 기자들의 노트북을 강제로 검색하는 바람에 취재진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김민서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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