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그리운 가족, 친지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향한 이산가족들의 손에는 ‘선물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수십 년 만에 북녘 가족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 등이 선물 보따리에 담겼다.
‘오대양호’ 납치사건으로 중학생이던 형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박양곤(52)씨는 형이 입을 옷을 가득 챙겼다. 박씨는 “형님 형편을 알 수가 없어서 성의 표시밖에 하지 못했다. 추운 곳이니까 의복을 주로 했고 생활필수품 정도…”라고 말했다.
조기덕(92)씨도 북측에 남은 큰아들을 위해 오리털 점퍼와 내복, 치약, 비누 등으로 채운 가방 2개를 준비했다.
나복섭(80)씨는 조카에게 줄 선물로 점퍼와 양말, 속옷, 의약품에 영양제까지 챙겼다.
최선득(71)씨는 40년 전 납북된 동생에게 챙겨줄 선물을 고르느라 가족들과 진땀을 뺐다. “손목시계를 고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족들이 디지털을 하자, 배터리 교체식을 하자 서로 의견이 엇갈렸는데 북한에 배터리가 어딨겠나 싶어서 결국 태엽식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치약과 비누, 각종 의약품을 담은 생필품도 담았고 북측에서 동생과 만난 제수를 위해 스킨, 로션 등 화장품 세트도 챙겼다. 북한에 없을 것 같아 준비했다면서 취재진에게 초콜릿도 내보였다.
최씨는 “10만원 정도 환전도 했는데 추가로 더 하려고요. 우리가 준비한 선물을 동생이 온전히 기쁘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금강산으로 향했다.
김예진 기자 yejin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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