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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얼굴 그대로네” “살아계셔서 감사” 하나된 형제애

입력 : 2014-02-20 20:10:02 수정 : 2014-02-21 00: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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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회한 푼 납북 어부 최영철·박양수씨 두 가족 42년 만에 납북된 형을 만난 동생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오랜 세월 생사조차 몰랐던 형 박양수(58)씨를 만난 동생 박양곤(52)씨는 ‘석별의 한’을 ‘만남의 기쁨’으로 삭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첫날 단체상봉 행사에서 만난 형제는 서로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와락 끌어안고 오열했다.

양수씨는 1972년 12월28일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오대양호’에 승선했다가 북한 경비정의 공격을 받고 납북됐다. 양곤씨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이었다. 42년의 세월은 아득했다.

양곤씨는 형을 바라보고 흐느끼다 다시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떨어져 살았던 세월의 설움에 못 이겨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겨우 울음을 멈춘 양수씨는 함께 나온 아내 리순녀(53)씨를, 양곤씨는 아들 종원(17)군을 서로에게 소개하며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다.

양곤씨는 “무엇보다 형님이 건강하시니 감사하다”며 안도감을 전했다. 양곤씨는 형에게 부모와 큰형의 묘소, 아버지 회갑잔치 장면과 어릴 때 지냈던 고향마을 풍경 등을 담은 사진을 보여줬다. 아버지는 30년 전, 어머니는 13년 전 사망했다. 

양곤씨는 “형님이 부모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 준비했다”며 밀려오는 회한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양수씨는 사진을 한 장씩 넘겨가며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을 붙잡으려 애썼다. 

40년 만에 재회한 형제 40년 만에 동생을 만난 최선득(71·왼쪽)씨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환영 만찬에서 북한에 살고 있는 동생 최영철(61)씨와 묵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최영철씨는 1974년 2월 백령도 인근에서 홍어잡이를 하다가 납북됐다.
금강산=연합뉴스
양곤씨와 동행한 아들 박종원(17)군은 난생 처음 보는 큰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납북자 가족으로 양곤씨 가족도 순탄치 않은 세월을 견뎠다. 양곤씨는 “당시 세월로 보면 상당한 정치적인 문제가 심했다”며 “학교 다니는 것 자체도 그렇고, 가족들이 외국으로 출국도 안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납북자 가족인 최선득(71)씨는 동생 최영철(61)씨와 부둥켜안고 울다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답하며 회포를 나눴다. 선득씨는 동생을 향해 “40년 전 얼굴 그대로”라며 “죽기 전에 못 보는 줄 알았다”라고 아우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최영철(61·원 안)씨가 함께 납북된 동료 선원들과 함께 북한 라진혁명전적지에서 찍은 사진.
연합뉴스
영철씨는 1974년 2월15일 백령도 인근에서 ‘수원 33호’에 승선해 홍어잡이를 하던 중 북측의 함포 사격을 받고 납북됐다. 4남3녀 7남매 중 넷째인 영철씨의 납북은 청천벽력의 소식이었다. 영철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어선을 탄 동생은 4번째 출항했다가 납북됐다. 마음을 진정시킨 선득씨는 40년 동안 살아온 얘기를 들려줬다. 영철씨 부모는 98년과 88년 운명했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철씨를 잊지 못했다.

두 형제는 부모 얘기를 하다가 쏟아지는 눈물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영철씨는 북한에서 만난 부인 박순화(60)씨를 형에게 소개했다. 이날 상봉에서 둘째 형 영득(72)씨의 장남인 조카 최용성(43)씨가 생면부지의 삼촌에게 작년 추석에 쓴 장문의 편지도 전달했다.

납북된 두 사람은 상봉 과정에서 북한에서 잘 살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남측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박양수씨는 훈장 등을 꺼내보이며 “나도 당의 배려를 받고 이렇게 잘 산다”면서 “빨리 통일이 돼야지…자주 만나자”고 말했다. 최영철씨도 “(김정은) 원수님 덕에 만났다”, “서로가 비방중상하지 말고 민족단합해서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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