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 미 기업 인수 활발
레노버는 지난달 30일 구글로부터 스마트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1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레노버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대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레노버는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레노버는 앞서 23일엔 IBM의 x86 서버 사업부문을 23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레노버는 2004년 12월 IBM의 PC(개인용컴퓨터) 사업부를 17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미국 시장을 장악하며 현재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로 떠오른 기업이다.
미국의 알짜배기 부동산도 중국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 상하이 그린랜드 그룹이 최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인근 땅 15만3300㎡(4만6000여평)를 사들였다. 이곳은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노른자 위로 꼽히는 스태플스센터, LA 라이브와 가까운 곳이다. 이 부지에는 호텔, 아파트, 업무용 사무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엔 오션와이드 부동산 그룹이 스태플스센터 바로 옆 땅을 매입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인수·합병(M&A) 액수는 14억달러였다. 투자 지역도 전통적 선호 지역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외에 보스턴, 시애틀, 휴스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로디엄그룹은 중국 자본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캘리포니아지역 부동산 매입에 쏟아부은 돈은 2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기업, 미 증시 상장 열풍
중국 인터넷 기업인 제이디닷컴(JD.com)은 올해 홍콩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이어 2위인 제이디닷컴은 미 증시에서 15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도 올해 뉴욕 증시행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권거래소가 의결권 혜택 카드를 내놓으며 알리바바 상장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를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기관들이 내놓은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153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2년 기업을 공개한 페이스북의 상장 당시 가치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의 가치는 1600억달러에 육박한다.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해 9억7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2년 대비 5배 급증한 수치다.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사들인 미국 국채는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보유 규모는 1조3167억달러로, 2011년 7월의 1조3149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8200억달러로 4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안보 우려하는 미국
레노버의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사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CFIUS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심사하는 미국 재무부 산하 기구다. 특히 정보보안과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미 의회 강경파의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레노버 측은 이번 인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최근 4년간 CFIUS가 3건의 미·중 간 인수건을 불허한 전례를 감안한다면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CFIUS는 2012년 중국 최대 건설장비업체 싼이(三一)중공업이 미국 풍력발전회사인 랄스와 함께 진행한 오리건주 발전소 건설사업을 불허했다. 발전소 설립 예정지 부근에 미 해군 무기시스템 훈련기지가 자리하고 있었던 탓이다. CFIUS는 2008년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스리콤 인수도 안보상의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금도 화웨이를 안보위협업체로 간주하고 자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CFIUS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심사한 중국 기업 숫자는 날로 늘고 있다. CFIUS의 중국 기업 심사 건수는 2006년 한 건도 없었으나 2010년 6건, 2011년 10건, 2012년 23건으로 증가했다. 2012년 CFIUS의 심사를 받은 외국기업 중 중국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국가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 기업을 특별히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로디엄그룹은 “올해도 국가안보가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 문제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 인수를 둘러싼 CFIUS의 심사는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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