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로비 뚫어… 하원이 관건 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법안이 주 상원에서 통과됐다. 일본 측 로비 공세 속에서 이룬 성과라서 의미가 더욱 크다. 하지만 버지니아주 하원 문턱을 넘어야 해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 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 등이 발의한 동해 병기법안이 찬성 31표, 반대 4표, 기권 3표로 가결처리되자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 등 한인 70여명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가 전날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를 만났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한인들은 바짝 긴장했다. 매콜리프 주지사는 지난해 주지사 선거운동 과정에서 동해 병기 지지를 선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측은 리치먼드 최대 로펌과 계약해 의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활동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매콜리프 주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도널드 매키친 의원이 이날 오전 갑자기 동해병기법안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수정안은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기존 학습기준을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행히 이 수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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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병기법안을 발의한 리처드 블랙 미국 버지니아주 상원의원(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주 상원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주먹을 쥐어보이며 한인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리치먼드=연합뉴스 |
이번 법안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통과하면 미국 수도권에서 학생들에게 동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교과서가 버지니아주 공립학교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일본 측 로비는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버지니아주 하원 100명 가운데 동해 병기 지지를 약속한 의원은 2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80명의 부동표에 일본 측 로비가 집중될 전망이다. 하원은 다음주부터 소위원회 심의에 들어간다.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은 다음달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같은 내용의 법안이 버지니아주 의회에 제출됐다가 상원 상임위 표결에서 부결됐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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