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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소형차는 작아~♬ 작으면 MINI, MINI는 빨라 빠르면 JCW”

입력 : 2014-01-13 18:03:24 수정 : 2014-01-13 2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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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비싸고 불편한 차 MINI쿠퍼를 사는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 2개뿐인 문짝은 작은 차체에 비해 길어서 타고 내릴 때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짧은 휠베이스는 고속 주행에서 어쩔 수 없이 통통 튀는 느낌이었으며, 바닥에 닿을 듯 낮게 깔린 범퍼는 주차장에 세울 때마다 ‘드르륵’ 긁히는 소리를 냈다. 불편해보였다.

이런 차가 무려 4500만원이나 한다니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딴 세상 사람이나 타는 차라 생각했다. 실용성과 연비, 그리고 부인과 자식까지 생각한다면 도저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없는 차가 바로 MINI다. MINI 역시 이런 단점을 고려해서 ‘클럽맨’, ‘컨트리맨’ 등의 덩치 큰 MINI를 내놨다. 인기는 좋지만 원조는 MINI 쿠퍼 해치백이다. 왜 이 차를 탈까. 궁금한 생각을 참지 못하고 시승에 나섰다.

시승한 차는 MINI 쿠퍼 해치백 가운데 가장 잘 달리는 차 ‘JCW’다. JCW는 고성능 브랜드다. BMW에 ‘M’이 있고 벤츠에 ‘AMG’가 있듯 MINI에는 이 차가 있다. 작은 차에 고성능 버전을 따로 운영한다니 놀라운 일이지만 더 신기한 것은 JCW가 사람 이름이란 것. MINI를 자동차 경주로 이끌었던 ‘존 뉴튼 쿠퍼’의 이름에서 JCW가 나왔다. 그는 이 차를 튜닝해 커다란 차가 달리던 경주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고 MINI는 이를 기념해 고성능 차를 내놓고 있다.

이 차 역시 1.6ℓ의 작은 엔진에서 출력을 알뜰하게 뽑아냈다. 1185㎏의 차체를 211마력의 가솔린 엔진으로 끈다. 토크도 2.0ℓ 급 가솔린차와 비슷한 26.5㎏·m다. 이러니 신호등이 바뀜과 동시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앞바퀴는 비명을 지르고 계기판에는 미끄럼 방지장치가 작동한다는 노란 경고등이 깜빡인다.

▲ “운전석에 오르면 마치 게임 속 카트처럼 느껴져…”

큰일이다. 빈 차선이 보이면 바로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앞차와 간격이 벌어지면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는다. 1차로와 3차로를 오가며 달리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MINI 쿠퍼 JCW를 타고 도로에 나서니 있지도 않았던 레이서의 피가 끓어오른다. 이쯤 되면 중독적이다. 병을 자극한다.

그래도 안전운전을 하겠다며 시승을 시작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 규정속도를 지키면서도 급가속과 감속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어떻게 달려갔는지 모르겠다. 주말 막히는 길이었지만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달렸다.

운전석에 앉으니 다른 차와 비교되는 점이 눈에 띈다. 낮게 앞으로 쏠려있는 천장 라인 때문에 신호등이 안 보일 정도다. 반듯하게 올라선 A필러와 이어지는 옆 유리창으로는 국산 중형차의 허리까지만 보인다. 개방감을 포기한 대신 안정감을 준다. 대신 개방감은 2개의 선루프로 해결했다.

여유를 갖고 계기판을 바라보니 무척 단출하다.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동그란 계기가 전부다. 그 아래는 작은 숫자로 속도를 보여준다. 방향지시등과 몇 가지 필수적인 경고등이 전부다. 나머지는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았다. 마치 체중계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속도계가 인상적이다. 안에는 LCD 화면이 들어갔다. BMW의 컨트롤러와 유사한 MINI의 컨트롤러다. 작년 7월부터 출시한 MINI에는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장착됐다.

어색한 점은 스티어링휠이 운전자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혼자만의 느낌일까 싶어 사진을 찍으려니 동그란 계기판에 비치는 모습이 옆을 향했다. 분명 스티어링휠은 약간 틀어져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소 어색하다.

어색한 것을 찾자면 이 차를 타자마자 열 가지는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양쪽 창문은 기어봉 앞에 스위치로 올려야한다. 안개등 스위치도 그곳에 있다. 실내등 역시 마치 전투기가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듯 또각또각 스위치를 젖혀야 한다. 손맛이 좋다.

▲ 작다고 생각했지만…충분한 차, 이해해볼까?

통통 튀는 하체가 재미있다며 강화도까지 달렸다. 차를 탄다기보다는 카트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원래 이렇게 타라고 JCW 튜닝을 더했을 것. 엔진과 서스펜션, 배기 등 당장에라도 서킷에 들어가 달리라며 MINI는 차를 튜닝했다. 변속기를 스포츠모드인 ‘DS’로 당기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마치 쾌변의 즐거움을 보여주듯 시원하게 배기음을 뿜어낸다. 작다고 무시한다면 언제든 달려주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처럼 들린다.

바닷가에 도착해서야 MINI 쿠퍼 JCW의 달리기는 끝났다. 서쪽으로 올 수 있는 땅 끝까지 달려왔다. 늦은 시간에 출발했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며 겉모습을 살폈다.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붕어 입처럼 벌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MINI를 상징한다. 브레이크등에서는 영국 차 특유의 고집도 느껴진다. 모양은 MINI 쿠퍼와 동일하다. 꽤 오래 이어온 디자인이다. 한때 JCW에 다소 과격한 디자인의 스포일러를 붙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조금 얌전해진 편이다.

강화에서 돌아와 며칠을 더 MINI 쿠퍼 JCW와 함께했다. 마트에도 다녀오고 가족과 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도 했다. 결론은 ‘탈 만하다’. 뒷좌석이 좁아도 장거리가 아니라면 탈만 하고 마트에서 카트를 채워 물건을 사도 트렁크와 뒷좌석에 나눠 놓으면 옮길 만했다. 네 명이 모두 타고 마트를 가지는 않았지만 그럴 일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 다소 좁게 느껴졌던 운전석은 오히려 혼자 타고 다니니 편리했다.

앞이 짧고 삐쭉 나온 트렁크가 없으니 어지간한 주차공간에는 머리부터 들이밀었다. 주차가 편리하고 좁은 곳에서도 여유가 있으니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유 또 하나가 설명됐다. 단지 예쁜 디자인만을 생각해 이 차를 찾는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

MINI는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다. 작년 도쿄모터쇼에서 완전 신모델 MINI를 선보였다. 꼼꼼히 살펴봐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정도의 변화다. MINI의 형태는 그대로 남았고 관심 있게 봐야 알아차릴 정도다. 그래서 아직은 MINI 쿠퍼 JCW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4500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처럼 잘 달리고 개성 있는 차가 세상 어느 곳에 또 있을까 싶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사진제공=김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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