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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아물 듯… 단단한 작품으로 세상과 말할 것

입력 : 2013-12-31 22:53:27 수정 : 2013-12-31 22: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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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 김은희 재작년 겨울, 눈길에 미끄러져 팔에 깁스를 했다. 눈이 유독 많이 내린 해였다. 폭설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묶었다. 지방에서는 사람들이 삽을 들고 나와 한가득 쌓인 눈을 퍼내기도 했다.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사람들이 모자에 파묻힌 채 고개를 들지 않던 해였다. 굽이 높은 구두는 겨울 내내 신발장 신세를 면치 못한 해였다. 그 뒤부터 눈이 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우산을 챙기고, 장화로 갈아 신는다. 그러면서도 장갑을 챙기는 내가 있다. 누군가에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내가 있다. “뼈는 자란다.” 깁스를 하던 내내 아무런 약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아무는 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익숙한 책상에 앉아 올겨울 읽으려고 했던 책 목록과 쓰고 있던 소설을 훑어보았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넘어졌고, 부러졌으며 금이 갔다. 상처가 조금은 아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도 같다. 부러졌던 뼈는 전보다 더 단단하게 붙었다.

평소와 똑같은 밤이고, 동시에 매우 다른 밤이다. 언제나처럼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무슨 소설을 써?” 내 대답은 한결같다. 인간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우주에 대해서 쓴다. 대답을 하면서도 나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소설은 자란다.” 어쩌면 내가 자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뼈가 휘도록, 혹은 뼈 빠지게 소설을 쓰고 싶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가장 먼저 사랑하는 가족들, 추계예대 동기들 주연 언니, 혜정 언니, 동국대대학원 진솔 언니, 미숙 언니. 언니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이에요. 그리고 B612 문우들과 영혼을 알게 해준 태정 선배,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믿는 나의 오랜 지기들, 묵묵히 곁을 지켜준 찬희. 마지막으로 박상우 선생님, 김미월 선생님, 장영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나와 수많은 겨울을 보내게 될 책상과 내 영혼의 살점을 더해줄 수많은 책들과 우주에게 감사한다. 단단한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기회를 주신 세계일보에게 감사드린다.

김은희

■김은희 당선자 약력

▲1986년 서울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동국대대학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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