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대구에서 영문도 모른채 황산 테러를 당해 숨진 고(故) 김태완(당시 6세)군의 부모와 시민단체가 검찰에 재수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28일 오전 김군의 유족과 대구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대구지부는 대구참여연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999년 5월 대구시 동구 효목동, 김군은 학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누군가가 뿌린 황산에 코, 입이 녹아내리는 등 얼굴과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이후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김군은 사건 발생 49일 만에 숨을 거뒀다. 경찰은 이 사건을 상해치사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지난 2005년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김군의 어머니 박정숙(47)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태완이에게 한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못난 부모는 가슴에조차 묻지 못하고 14년의 세월을 무능하다고 자책하며 살았다"고 입을 열었다.
박씨는 "태완이가 사건을 전후해 봤다고 지목한 인물은 분명히 동일인인데 이런 증언의 진실여부가 수사에서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 "14년 전 목격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몸에 붕대를 감고 호흡조차 가뿐 아이를 잔인할 정도로 다그쳤다"며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의 보상은 진범을 잡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날 청원서를 제출한 대구 참여연대는 당시 현장 목격자의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이 목격자 진술을 포함해 박씨의 청원서와 김군의 녹취록, 사건 당시 부모의 상황기록 등을 재수사 청원서와 함께 대구지검에 제출했다.
한편 박씨는 15년 전 경찰이 교통사고로 판단하고 종결한 대구 성서 고속도로 여대생 사망사건의 진범이 최근에야 밝혀지자 재수사 요청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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