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과도한 전기소비 증가 해결책으로 전기와 다른 에너지 간의 가격구조를 합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말이 좋아 에너지 간 가격구조 합리화이지,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한 명분 만들기나 다름없다. “전기요금을 8% 이상 올려야 하지만 원전 가동정지에 따른 인상 요인은 공기업이 부담하고, 한전 자구노력으로 인상요인을 흡수해 인상률을 조정했다”고도 했다. 국민 부담을 생각해 5.4%만 인상한 것이라고 생색을 낸 셈이다.
국민은 이를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나. 한전은 전력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밀었다. 그 결과 3년간 20% 대의 요금이 인상됐다. 전기요금을 올릴 때마다 전방위적인 원가상승 효과로 각종 공산품의 가격까지 올랐다.
해마다 전력부족 사태를 겪는 일차적 원인은 정부의 엉터리 수요 예측과 잘못된 수급계획 때문이다. 전기요금이나 올릴 궁리를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한전의 방만경영 구조는 더 심각한 문제다. 한전과 자회사, 발전사 등 10개 회사의 부채는 총 95조1000억원이며, 한전의 부채만 54조9600억원이다. 이런 부실덩어리 회사에서 해마다 고액연봉에 성과급·복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전은 전기료 인상 명분으로 막대한 적자를 내세우고 있으나 한전이 지분을 100% 소유한 6개 발전 자회사의 실적을 합치면 오히려 흑자를 낸다고 한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는 ‘공공기관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정부’의 모습이 엿보인다. 부실경영의 결과를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는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현오석 부총리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없이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니 현 부총리의 말이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전기요금 인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한전의 방만한 경영 개선방안을 먼저 내놓는 것이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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