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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역사반성 토대 위에 韓日 새 지평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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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19 21:19:59 수정 : 2013-11-19 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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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이 어제 3·1운동과 관동대지진 희생자, 일제 강제징용자 세부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자료는 1953년 이승만정부 때 작성한 것으로, 6월 주일한국대사관 청사를 옮길 때 발견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자료에는 3·1운동 때 피살된 희생자 630명,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된 희생자 290명, 강제징용돼 고통 속에 노역을 강요당한 22만9000여명의 명단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의 참담한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 자료의 내용도 피해의 일부일 뿐이다. 독립운동가 박은식의 ‘독립운동지혈사’에 기록된 3·1운동 피살자 수는 7509명에 이르며, 관동대지진 한국인 피살자는 6661∼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7년 한국정부가 조사한 강제징용 피해자는 28만5771명이었다.

이는 무슨 뜻을 담고 있는가. 일제가 한반도에 남긴 씻기 힘든 상흔을 말해준다. 이 자료에 남겨진 이름 하나하나는 모두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모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일본이 침략역사를 왜곡할 때마다 한국인이 분노하는 이유다. 일본은 이들 피해자에 대해 제대로 참회한 적이 있는가. 일본 역사교과서에 그나마 기술되던 수박 겉 핥기식 내용도 지워지고 있는 마당이다.

일본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또 망발을 늘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에게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사의를 표시한 것과 관련해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일본의 입장을 계속 한국정부에 전하고 있다”고 했다. 스가 장관은 불쾌감까지 나타냈다고 한다. 안 의사는 일제의 불법강점에 항거한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그를 범죄자로 취급하니 비뚤어진 역사 인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한·중·일 공동교과서를 발간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이 맞장구를 쳤다. 그제 “한국의 관계 장관이 대화하도록 박 대통령이 지시해주면 일본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안 의사를 범죄자 취급해서야 어떻게 미래를 위한 역사를 만들어가겠는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미래를 향해 한·일관계를 재구축하고 동북아평화를 뿌리내리게 하자면 일본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인도주의를 바탕에 깔고, 상대의 아픔을 역지사지하며, 평화공존의 의지를 갖는다면 한·일은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한·중·일 공동교과서 역시 이를 위한 디딤돌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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