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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반떼 디젤로 서울을 누비다…실연비 높아져

입력 : 2013-10-30 18:53:56 수정 : 2013-10-30 19: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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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속도 21.5㎞/h의 서울시에서 달려보니, 도심연비 14.8㎞/ℓ의 90% 수준 실연비 13.3㎞/ℓ 기록.

현대자동차가 대표 세단 아반떼에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수입차와 본격적인 연비 경쟁에 돌입했다. 10월 출시한 아반떼 디젤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복합연비 16.2㎞/ℓ, 도심연비 14.8㎞/ℓ, 고속주행 20.8㎞/ℓ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른바 ‘연비과장’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아반떼가 연비로 환골탈태하려 등장했다.

이번 시승은 현대차가 아반떼의 연비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실제 주행에서의 연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의 주행에 중점을 뒀다. 디젤 차를 발표하면 국산, 수입 막론하고 한적한 교외에서 시승행사를 해왔다. 디젤엔진의 특성상 고속 장거리 주행 연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차를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도심 연비도 꼭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전국민의 절반이 살고 있고 시승차를 주로 운행했던 서울의 주행 환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0 정기속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도로 1299㎞의 평균 통행속도는 21.5㎞/h였다. 생각보다 무척 느린 수치다. 가장 빠르다는 도시고속도로의 평균도 42.9㎞/h에 불과하다. 자동차는 하루가 멀다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시속 100㎞/h까지 10초도 안돼 가속할 수 있는데 서울의 도로 주행속도는 해마다 느려지고 있다.

평균주행속도가 느리니 서울에서 운행하는 차의 대부분은 공인연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공인연비의 측정 조건은 도심주행의 경우 평균속도 34.1㎞/h로 23회 정지하며 공회전 시간을 18% 포함하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생각해도 서울 시내에서의 주행은 이보다 더 가혹하다. 가혹한 조건에서 아반떼 디젤은 얼마나 공인연비에 가까운 성적을 보여주는지 직접 시승해봤다.

▲ 사흘간 평균연비 13.3㎞/ℓ, 정차시 시동 꺼짐이 큰 효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반떼 디젤은 의외의 성적을 보여줬다. 주말을 포함한 사흘간 서울 시내에서 약 60㎞를 주행했다. 성적은 13.3㎞/ℓ. 트립 컴퓨터에 나타난 연비다. 디지털로 나타나는 연료 게이지를 보면 약 10% 남짓 기름을 사용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해 한남대교를 지나 강남을 다녀왔고 비교적 통행량이 적은 시간에 강변북로를 달렸다. 금요일 저녁에는 양재동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정체구간을 거쳤고 주말 밤에는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가 산길을 달리기도 했다.

가혹한 서울 시내의 주행환경을 감안해도 아반떼 디젤의 연비는 우수했다. 도심연비 14.8㎞/ℓ 대비 약 90% 수준의 기록을 보였다. 공인연비와 거의 동일한 수치다. 짐작건대 연비가 좋게 나온 이유로는 디젤 엔진의 효율성도 한 몫 했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었다. 정차시에 엔진을 자동으로 꺼주는 장치다. 물론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즉시 시동이 걸린다. 한번 주행에 나서면 신호등을 만나는 등 의외로 정차하는 시간이 많다. 엔진이 공회전한다면 기름은 계속 소모되겠지만 이 기능 덕택에 정차 상황에서 전혀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럽차를 중심으로 일찍부터 효과적인 연료 절약법으로 채택됐던 기능이지만 현대차는 비교적 늦게 도입했다. 현대차가 유럽산 디젤 세단과의 경쟁을 그만큼 신경 쓴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어색한 핸들링, 꼬리치던 하체…확실히 개선

국내에선 워낙 많이 팔리는 차가 아반떼이고 그만큼 주변에서 쉽게 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아반떼는 장단점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면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인 MDPS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연비 개선효과가 크고 운전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채택하는 기술이지만 전작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티어링휠을 미세하게 움직여보면 무엇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또,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다 보면 차와 스티어링휠이 반대로 움직이기도 했다.


또 다른 단점으로 지적된 것이 서스펜션이다. 통통 튀는 느낌과 함께 고속주행시 마치 물고기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리듯 차체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는 지적이 동호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나왔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현대차는 뚜렷한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모델 변경 주기가 5년에서 7년까지 이르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개선은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

아반떼에 디젤을 얹으면서는 위에 말했던 단점이 모두 사라졌다. 의외의 결과다. 현대차가 연비와 승차감 등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을 차근차근 개선했다. 디젤 엔진을 얹으면서 공차중량이 100㎏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엔진보다 디젤엔진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이 더 무거워져서 주행성능이 변해야하는데 이를 튜닝하는 과정에서 아반떼는 많은 개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를 타고 산길을 달려봐도 앞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고속주행에서도 뒷부분이 떨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단단해진 하체가 다소 과격한 달리기도 잘 받아준다. 단단해지면서 통통 튀는 승차감을 가졌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밸런스를 적당히 잡아가면서 개선한 모양이다.

▲ 동급 디젤 수입차와 비교해도 경쟁력 갖춰

아반떼 디젤을 시승하면서 전반적으로는 현대차의 ‘빠른 개선’이 눈에 띄었다. 앞서 말했던 단점을 개선한 것이 그나마 몇 년 걸리긴 했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현대차가 그간 내수시장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은 데 대한 반성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미국 연비과장 사태의 여파인지 디젤 모델의 공인연비는 다소 보수적으로 나왔다.  실제 연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연비를 기준으로 아반떼를 동급 수입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췄다. 폴크스바겐의 골프나 푸조의 208, 볼보의 V40 등 인기 좋은 디젤 수입 소형차가 보통 3000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반떼 디젤은 1595만원부터 시작한다. 옵션을 추가한다고 고려해도 1000만원 가까이 나는 가격 차이는 어지간한 품질과 성능으로는 좁히기 힘든 간극이다. 시승 결과로 나온 13.3㎞/ℓ의 연비라면 1000만원으로 약 8만㎞를 주행할 수 있다. 보통 1년에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4년 동안 넣을 기름값인 셈이다.

디젤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장거리를 달리면 연비가 무척 높게 나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아반떼, 골프, V40 등 모든 디젤차가 고속 장거리 주행 연비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승에서는 서울에서 주말과 출퇴근에 차를 주로 운행하는 직장인을 가정해 주행했다. 디젤 준중형 세단을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의 고민을 대신 체험해보려는 기획이었다. 최근에 판매되는 차 10대 가운데 1대가 수입차인 만큼 그간 시승했던 수입차의 주행성능, 연비, 가격 등도 아반떼 디젤을 시승하며 비교했다. 아반떼는 대한민국에서 속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다. 고장 나면 가까운 정비소 어디에서나 고칠 수 있고 부품 구하기도 이보다 쉬울 수는 없다. 수입 디젤차와 비교할 정도로 연비도 좋아졌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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