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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승차감·주행성능 크게 향상…신형 쏘울 유럽을 향하다

입력 : 2013-10-28 16:53:54 수정 : 2013-10-28 22: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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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신형 쏘울을 선보였다. 쏘울은 승용차와 SUV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컨셉의 차다. 기아자동차가 2008년 1세대 쏘울을 출시했지만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 2009년 미국 판매를 시작으로 쏘울은 이른바 ‘가격대 성능비’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 차 보다 저렴하지만 연비도 좋고 실내도 넓어 일본의 박스카를 대체하며 인기를 끌었다.

쏘울은 국내에서 첫 해 2000대를 넘겼지만 이후 1700대, 1800대 수준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불과 555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3513대에서 5593대, 8522대, 9648대로 꾸준히 성장했다. 의외의 성공에 탄력을 받은 기아차는 외형의 변화는 최소화하고 내실을 다진 신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2014년형 ‘올 뉴 쏘울’이다.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신차 쏘울을 시승했다. 평창에서 동해바다의 정동진까지 돌아오는 코스다. 고속도로가 대부분인 시승코스에서 쏘울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겉모습의 변화가 극히 적은 것을 고려하면 내실있는 변신이다.

기아차는 쏘울을 선보이며 BMW 그룹의 소형차 MINI를 경쟁차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MINI는 국내에서 연간 6000여 대 판매되는 차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서 인기가 좋다. 실적으로만 따지자면 MINI가 쏘울보다 해마다 3배 이상 많이 팔렸다. 가격에서도 최근 MINI가 오리지널 모델을 내놓으며 2590만원으로 낮췄지만 보통 3000만원이 넘는 고가였다. 쏘울이 1000만원대에서 2000만원 초반까지 가격이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쏘울이 MINI와 경쟁할 부분은 가격밖에 없어보인다. MINI와 비교하기엔 적절치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기아차는 두 차종을 두고 150명의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감행했다. 그 결과 기아차는 많은 소비자가 “쏘울이 더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테스트는 잘못됐다. 통통 튀는 승차감으로 고카트를 연상케하는 MINI와 비교하기엔 이번 쏘울의 승차감은 너무나 편안하다. 지향점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물론 타겟 고객도 다르다. 기아차 입장에서 MINI가 흥행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뒤틀렸나보다. 기아차 국내상품팀장을 맡고있는 정선교 부장은 시승행사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계속 수입차의 봉이 되어야 할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라며 날이 선 발언을 했다. 과연 말 뿐인지, 날이 섰다면 MINI를 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 세단과 SUV의 중간, 뛰어난 시트포지션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올랐다. 시트를 맞추고 앉은 순간, 편안하게 둘러싼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시트는 세단과 SUV의 중간형태다.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아주 편안하다. 왼발을 놓는 풋레스트와 오른발을 놓는 오르간 페달의 균형이 맞는다. 양쪽 다리가 편하게 자리 잡는다. 이 자세에서 양손을 뻗으니 스티어링휠에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간다. 휠을 잡는 자세는 세단과 똑같다.


다소 높은 차체 때문인지 창문의 경계선 숄더라인은 높다. 성인 남성이 앉아 창문에 팔을 걸치면 다소 어색한 자세가 된다. 쏘울의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사이드미러 옆에 있는 A필러 기둥의 각도가 가파르다. 보통 SUV에서 A필러가 누워 시야를 막는 단점을 쏘울에선 찾아볼 수 없다. 개방감이 좋다. 신장 183cm의 기자가 운전석에 앉아도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는다. 기아의 승용차에서 보기 힘든 조건이다. 천정이 높으니 공간도 넓어보이고 파노라마 썬루프까지 장착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 부드러운 변속, 단단한 듯 편안한 하체

도로에 올라서니 부드러운 변속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전작에 비해 매우 훌륭하다. 사실 무단 자동변속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변속 충격이 없다. 기아차가 부드러운 승차감을 목표로 잡은 흔적이 보인다. 계기반의 엔진회전수를 살펴보지 않으면 변속이 되는 시점을 찾기 힘들 정도다. 역시 최근의 기아차에서 보지 못하던 성능이다. 이런 상황이니 경쟁상대로 꼽은 MINI와 확연히 다르다. 고카트의 MINI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추구한 쏘울은 지향점이 다르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는 노면 소음과 진동을 억제한 것이 인상적이다. 겉모습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신형 쏘울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 거칠고 투박했던 변속기와 고회전에서 최고출력이 나오는 엔진을 일상적인 주행에서 5% 출력 향상이 이뤄지도록 새롭게 개선했고 물렁이던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과속방지턱을 올라가면 처음 느낌은 뭉툭하게 하체를 치고 올라온다. 다시 부드럽게 차체가 떨어지지만 출렁임은 없다.  시트 역시 승차감을 위해 개선했다. 차체가 울렁일 정도의 충격에서는 시트 역시 충격을 흡수한다. 엉덩이 부분이 가라앉으며 승객은 편안함을 느낀다.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끼우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졌음에도 승차감이 개선됐으니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 디자인은 호불호 갈려, 실내는 유럽 차 겨냥

신형 쏘울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백팩을 형상화했다는 트렁크는 무엇인가 어색하다. 전면부에선 기아차의 상징이던 그릴이 형태만 남아 보닛 위로 올라갔다. 마치 선글라스 렌즈처럼 검정 플라스틱만 붙었다. 안개등과 범퍼는 독특한 모양으로 구성했고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위해”라며 뒤범퍼에도 똑같은 모양을 담았다. 앞뒤가 똑같은 디자인이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다. 커진 휠 덕분에 옆모습은 예뻐졌다고 하지만 과연 18인치나 되는 타이어가 실용적일지 역시 미지수다.


실내 디자인은 다분히 유럽지향적이다. 기존 모델이 의외로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이번 모델은 유럽에서 성공하고 싶은 기아차의 야망이 보인다. 동글동글한 버튼들은 다이얼을 좋아하는 유럽 취향이다. 검은색의 고광택 재질로 마감한 실내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프랑스 차 ‘시트로엥’을 떠오르게 한다. 스티어링휠과 기어노브는 마치 폴크스바겐 골프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독특한 스피커 디자인을 얹었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더해 실내가 화려하다.

▲ 디자인과 실용성을 개선한 꼼꼼한 변화들

꼼꼼하게 살펴봐야 보이는 변화가 있다. 큰 디자인에선 다소 실망했지만 작은 변화들이 만족도를 높였다. 쏘울에 들어간 UVO 2.0을 비롯한 내비게이션이 훌륭하다. 시승차에 주유경고등이 뜨니 내비게이션에서 ‘자동차의 연료가 부족합니다.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가 나온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USB 기기를 연결하는 단자도 마련됐고 12V의 소켓도 센터페시아 아래에 2개나 들어있다. 물론 트렁크에도 1개가 더 있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지만 앞유리에 워셔액을 뿌려주는 노즐도 깔끔하게 숨겨놨다. 여러모로 신경 쓰며 신차를 만든 흔적이 보인다. 또, 썬루프 작동부위도 쇠 구조물이 그대로 보이고 구리스를 발라놨던 과거 기아차에 비해 깔끔하게 플라스틱 커버를 덧댔다.

 


▲ 동력성능·특징은 변했지만 성적표는 별반 차이 없어

시승차는 가솔린 1.6 모델의 최고급 옵션 모델이다. 18인치 휠과 고급오디오, 가죽시트 등이 모두 장착된 1382㎏의 가장 무거운 차다. 기존 모델에서 가장 무거운 차가 1285㎏이었으니 무려 100㎏가량 무거워졌다. 경량화를 추구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견주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기아차는 미국 등 주력 시장에서 쏘울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선택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연비다. 기존 모델의 연비가 최고 12㎞/ℓ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시승차의 연비는 고작 11.5㎞/ℓ다. 오히려 낮아진 수치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차 발표회에서 연비가 개선되지 않은 점에 대해 “선택을 했다”라고 답했다. 즉, 충돌안전성을 개선하고 승차감을 향상시켰고 커다란 휠을 붙여 디자인도 소위 폼나게 바꿨다. 대신 낮아진 연비는 감당할 숙제로 남겼다. 기아차가 선택과 집중을 했으니 소비자도 이 차를 구입하려면 선택 포인트를 정확히 알아야겠다. 신형 쏘울은 큰 디자인은 어색하지만 작은 변화가 만족스럽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MINI와의 경쟁보다는 현대차 i30와의 경쟁이 더 어울린다. 깜찍한 겉모습에 반해 MINI를 타본 여성들이 통통 튀는 승차감에 놀라 새로운 차를 찾을 때 쏘울을 추천해야겠다. MINI 대신 쏘울을 선택하면 남는 돈으로 명품가방 서너개를 살 수 있으니 아직도 쏘울의 최고 경쟁력은 가격이다.

평창/글·사진=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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