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비용 20% 감축 프로젝트 제안
돈 몇푼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에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해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고치고, 업계 애로를 들어 정책을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손톱 밑 가시’를 찾아 관계기관의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일이 주 임무로, 불합리한 규제 발굴·개선 건수로 평가를 받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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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
김 옴부즈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부처의 ‘높은 사람’과 만나 이 같은 대증적인 요법으로는 결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할 수 없다고 당부하고 다닌다. 한발 나아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기업 관련 규제비용 20% 감축 5개년 계획’까지 제안했다.
그는 “기업경영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도대체 몇개나 되고, 어느 부처가 몇개를 들고 있는지,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그동안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종합적으로 일하지 않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실효성이 없네’, ‘구호에 그쳤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옴부즈만이 제안한 규제비용 20% 감축 프로젝트의 골자는 이렇다. 먼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을 지정하거나 관련 조직을 꾸려 부처가 집행 중인 기업경영 관련 규제를 모두 다 조사토록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따져본다. 이렇게 규제를 통합적으로 파악한 뒤 불합리한 20%를 가려 뽑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독일은 이미 이런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현재도 규제비용 감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고민하게 된 발단은 그가 매주 하루씩 군 단위 지방과 산업단지를 찾아다니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로부터 들은 애환에서 비롯됐다. 하수구가 토사에 거의 막혀 폐수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염물질이라 토사를 치울 수 없어 쩔쩔매는 기업, 20년 전 만들어놓은 진입로가 좁아 중장비를 들여올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기업, 이웃 아파트에서 보기에 민망해 공장을 옮기려 해도 입지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건설물 폐기업자 등 현장의 손톱 밑 가시는 어느 한 부처나 기관이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이들 기업은 어디 건의할 창구조차 못 찾은 곳이 대다수였고, 찾아간 관청도 다른 관청으로 떼미는 통에 어디 들어주는 데 없이 방치됐다 급기야 불법까지 저지르게 되더라”며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어 통합적으로 모든 규제를 정비하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김 옴부즈만은 불합리한 규제를 푸는 일이 중소기업을 돕는 가장 경제적인 정부 지원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소기업을 만나면 열이면 열 다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며 “정부 재원이 한정돼 있으니 모두 다 도와줄 수 없는 노릇인 만큼 규제를 풀면 재정 한푼 안 들이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비용 20% 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하면 중소기업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돈 몇 푼 지원하는 것보다 규제를 풀어주는 일이 기업과 국가재정에 훨씬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는 민간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불러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옴부즈만은 “노후한 시설을 개조한다는 재생사업 지정 산업단지를 찾았는데 공단 벽이 벽화로 장식되고, 페인트 칠로 새로 단장한 것 외에는 정작 기업이 필요한 사업은 못하고 있었다”며 “규제를 못 풀어 민간투자는 유치하지 못하다 보니 예산에만 의존해 사업을 벌인 탓”이라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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