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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렬하게… 더 자유롭게… 모던발레의 매력 속으로

입력 : 2013-10-07 20:48:37 수정 : 2013-10-07 20: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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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대 발레단 가을 인사
고전 발레는 형식과 동작 하나하나를 자로 잰다. 바늘 끝에 선 듯한 엄격함 속에서 이상적 미를 추구한다. 20세기 모던 발레는 이 틀을 벗어던졌다. 몸짓과 음악은 갈수록 자유로워졌다. 무용수들은 공주와 왕자보다 인간의 내면으로 눈을 돌렸다. 공기 중을 부유하는 듯한 가벼움 대신 중력과 에너지, 땀과 근육을 받아들였다. 개성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발전해온 모던 발레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내 발레계 양대 축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이 모던 발레로 가을 인사를 한다. 국립발레단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1924∼2011)의 대표작 3편을 무대에 올린다. UBC는 좀더 최근에 만들어진 한스 반 마넨, 나초 두아토,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을 모아 ‘디스 이즈 모던’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

고난도 기술에 담은 극적인 이야기

‘유럽 극발레의 거장’ 롤랑 프티는 파리오페라 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이다. 20살에 안무에 전념하기 위해 발레단을 나올 만큼 창작욕이 넘쳤다. 이후 그는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마고 폰테인, 마야 플리세츠카야 등 전설적 무용수들을 위해 안무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국내에서는 1978년 그의 발레단이 처음 공연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국립발레단은 2010년 국내에서 초연해 호평 받은 프티의 작품들을 이번 무대에 올린다.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 세 편이다. 1974년에 선보인 ‘아를르의 여인’을 제외하면 모두 1940년대에 초연한 작품이다. 발표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고전 발레의 자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아를르의 여인’은 반 고흐가 사랑한 아를르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이 배경이다. 아름다운 비베트와의 결혼식 당일, 프레데리는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아를르의 여인을 잊지 못한다. 여인의 모습에 압도 당한 그는 광기의 춤을 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공연 중 프레데리의 자살은 남성 무용수의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는 명장면이다.

국립발레단은 프랑스 안무가 롤랑 프티의 작품 중 세 편인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을 공연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젊은이와 죽음’(1946)은 의자에 올라가 등받이를 밟고 천천히 넘어뜨리는 동작으로 유명하다. 바리시니코프가 주연한 영화 ‘백야’(1986)의 첫 장면으로 삽입됐다. 사랑을 거부당한 젊은 남성이 고뇌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내용이 바흐의 파사칼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동양인 첫 파리오페라 발레단 단원 출신인 김용걸 교수가 젊은이 역을 맡는다.

프티의 ‘카르멘’(1949)은 초연 당시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순진한 군인 돈 호세와 팜므파탈 카르멘의 비극적 인연이 줄거리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 11∼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6만원. (02)587-6181.

#유니버설발레단

유럽 발레계 거장들 작품 한자리에

UBC는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이르지 킬리안의 ‘프티 모르’와 ‘젝스 탄체’를 한 무대에서 공연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초연된 작품들로 최근까지 유럽 발레계를 이끈 안무가들의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UBC는 한스 반 마넨의 ‘블랙 케이크’,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와 ‘젝스 탄체’를 한 무대에 올린다.
UBC 제공
‘블랙 케이크’(1989)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졌다. 한스 반 마넨은 생일 축하 작품인 만큼 유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구상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주제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상류층의 와인 파티에 초대받은 커플들이 만취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들을 풀어놓는다.

‘두엔데’(1991)는 드뷔시 음악이 주는 마술적·상징적 형상이 안무에 담겼다. 두아토는 드뷔시 음악을 듣는 순간 자연의 소리를 옮긴 듯한 신비로운 매력에 이끌려 안무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스페인 국립무용단 내한 등으로 국내 관객과 친숙하다.

‘프티 모르’(1991)는 불어로 ‘어떤 죽음’이란 뜻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 1991년 모차르트 200주기를 기념하는 잘츠부르크 축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 두 부분이 쓰였다. ‘젝스 탄체’(1986)는 독일어로 ‘여섯 개의 춤’이란 뜻이다. 모차르트가 만든 6개의 독일 무곡을 사용한다. 킬리안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전쟁과 혁명, 대변동으로 어려웠던 역사적 순간을 나타내고자 했다. 

UBC의 ‘젝스탄체’
이번 공연에서는 시작 전 문훈숙 단장이 모던 발레와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려준다. 24∼2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1만∼8만원. (070)7124-1737.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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