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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하드톱 컨버터블 BMW Z4와 만난 가을의 바람

입력 : 2013-10-07 15:17:34 수정 : 2013-10-07 15: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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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에 앉은 느낌이다”, “숨 쉴 틈 없이 치고 나간다”, “일반도로에서 타기 부담스럽다” 사흘동안 BMW Z4에 동승했던 사람들의 소감이다. 기자 역시 운전하는 내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예사롭지 않은 차다.

BMW Z4는 로드스터와 쿠페의 장점을 모두 가진 차다. 지붕을 열고 시원하게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맛은 로드스터이고 천정에 후두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강변을 달릴 때는 여지없는 쿠페다. Z4가 2개 차종의 특성을 고루 가진 것은 불과 오래지 않은 일이다. 전통적으로 로드스터는 가볍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엔진 출력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차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주행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게다가 지붕을 열고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는 바람을 느끼노라면 로드스터는 말 그대로 바람을 가른다. 이렇게 만들었던 차가 바로 BMW의 Z3다. 경차만 한 크기에 기다란 보닛을 가졌고 2명이 탈 수 있으며 지붕은 천으로 만들었다. 지붕은 경량화를 위해서, 그리고 열고 닫았을 때 무게 중심이 바뀌지 않게 하려고 천으로 만든 소프트톱을 고집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소재와 기술의 발달로 하드톱 컨버터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BMW Z4에도 하드톱이 달렸다. 편리하고 든든하다. 대신 무겁다곤 하지만 엔진이 좀 더 강력해졌고 컨버터블 톱의 무게도 줄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쿠페와 로드스터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시속 40㎞/h 이하에서 버튼을 누르면 19초 만에 열고 닫히는 Z4의 컨버터블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이번 시승차는 국내에 들어온 Z4 가운데 340마력의 고성능 버전 ‘Z4 sDrive 35is‘다. 245마력의 Z4 28i보다 엔진이 크고 출력이 좋다. 다만, 연비가 12.2㎞/ℓ에서 9.2㎞/ℓ로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컨버터블에 이은 매력으로는 강력한 출력을 꼽는다.


시승한 Z4는 발끝의 움직임에도 예리하게 반응했다. 조금 힘을 더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달리는 중이건 출발이건 뒷바퀴는 휠스핀을 일으켰다. 당연하게도 차체자세제어장치가 붙어있지만 꿈틀꿈틀 움직이며 업계 용어로 소위 ‘뒤가 털리는’ 맛은 일품이다.

정지 상태에서 그대로 치고 나가면 시속 100㎞/h까지 불과 4.8초 만에 돌파한다. 일반적인 도로 사정상 필요한 성능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있지만 실제 시내 주행에서는 아주 요긴한 성능이다. 눈으로 보고 발로 밟으면 차는 그대로 움직여 추월한다. 생각처럼 요리조리 움직이니 운전이 경쾌하다. 시속 100㎞/h를, 200㎞/h를 넘겨 과속할 때 쓰겠다는 출력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치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위해서 필요하다.

심상치 않은 달리기 성적에 놀랐다면 이제 외형을 보고 감탄할 때다. 어지간한 차와는 비율이 다르다. 요즘 잣대로 사람은 머리가 작고 키가 커야 멋지다고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엔진이 머리라고 가정하면 머리가 커야 차는 멋지다. 차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보닛과 그 뒤로 짧게 붙어있는 캐빈룸.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뒷바퀴까지 이 차는 자동차의 비율을 다르게 해석했다. 마치 흑백 기록영화에서 달리던 오래된 스포츠카를 보는 느낌이다.


Z4는 2명이 타고 재미나게 달리기 위해 만든 차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뒷바퀴 바로 앞에 앉는다. 좌석 등받이는 뒤로 그다지 많이 넘어가지 않는다. 즉, 사장님 자세는 불가능하다. 혹은 필요가 없다. 그렇게 앉아서 가속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코너링에 들어간다. 뒷바퀴가 살짝살짝 밀리면서 머리부터 꽂히듯 코너를 공략한다. 탑승자는 뒷바퀴와 함께 살짝살짝 밀리는 느낌을 받는다. 만약 세단에서 운전자가 이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위기상황. 하지만, 로드스터 Z4에서는 그저 재미로 느껴진다.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BMW는 기본적 구조만으로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한 이 차에 각종 즐거움을 더했다. 첫인상에서는 대시보드 아래와 문 안쪽에 오렌지색 알칸타라 가죽이 들어갔다. 시트 중심과 가장자리에도 오렌지색 하이라이트 라인과 스티치가 들어갔다. 지붕을 열어놓고 보면 더욱 눈에 잘 띈다. 동그란 스위치는 옛날 로드스터의 감성이 묻어나고 시동을 걸면 스르르 올라오는 LCD 화면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를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특히, 햇빛이 비쳐도 화면 내용이 보이도록 반사형 액정을 사용해 실용성이 뛰어나다. 실내에는 손이 닿는 문짝, 귀가 바라보는 사이드미러 안쪽, 등이 닿는 시트 뒤까지 스피커가 채워졌다. 달리며 음악 듣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

2개의 시트는 모두 허벅지를 받쳐주기 위해 앞쪽으로 늘어난다. 뒷사람 배려할 필요 없으니 실내가 좁아도 넉넉하고 충분하다. 변속레버 왼쪽에는 스포츠+, 스포츠, 노멀 주행의 모드 선택 버튼이 있다. 변속시점을 바꿔 차의 특성이 달라진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휘발유가 아까워 그다지 많이 사용하진 못했지만 스포츠 모드의 즐거움은 이 차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날씨 좋은 가을을 맞아 Z4 시승 내내 지붕을 열고 다녔다. 막히는 도심에서는 버스에 앉아 내려다보는 시선이 햇볕보다 뜨거웠다. 선선한 저녁이 되면 오히려 히터를 살짝 틀어야했다. 머리 위로 넘어가는 차가운 공기가 신선했다. 하드톱을 닫는 순간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며 시동을 끄기 1분 전이다. 탁한 공기의 서울에서 지붕 열고 붕붕거리며 그렇게 달릴 틈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는 모든 사람에게 변명을 전하고 싶다. 19초 만에 열리는 지붕, 340마력의 엔진과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가진 Z4를 타는 순간 자동차는 ‘그냥 그런 탈것‘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이다.

BMW 뉴 Z4 sDrive 35is

공차중량       1525㎏
길이/폭/높이 4244/1790/1284
배기량           2979cc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m
복합연비        9.2㎞/ℓ
출고가격       9150만원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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