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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사업” 감액 된서리… 집행도 못하고 1년째 ‘낮잠’ 일쑤

관련이슈 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입력 : 2013-09-30 20:00:42 수정 : 2013-09-30 22: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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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그후 운명은… ‘쪽지예산’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취재팀은 2012년 예산안편성 때 생겨났던 쪽지예산사례를 뽑아 사업의 진행과 성과를 추적했다. 여기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12년 예산결산분석보고서 등이 활용됐다. 그 결과 상당수 쪽지예산은 낭비사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거나 아예 집행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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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축제 1년 뒤 된서리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2011년 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 반영된 6억원 외에 추가증액이 필요하다”면서 ‘드라마페스티벌 지원 사업’에 3억원을 증액시켰다. 같은 당 김재경, 여상규 의원은 한술 더 떠 15억원을 더 늘렸다. 세 의원의 ‘합창’에 18억원이 증액된 이 예산은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 드라마 어워즈’와 경남이 주최한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행사에 쓰였다.

이 사업은 1년 뒤 바로 ‘철퇴’를 맞았다. 기획재정부와 보조사업운영평가단은 올해 작성한 ‘2013년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 보고서’에서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사업에 관해 “사업 목적과 연계성이 적다”, “지자체 사업에 적절하며 국가적 사업으로 보기 적절치 않다”면서 보조금 감축을 결정했다. ‘서울 드라마 어워즈’도 혈세 10억원을 썼지만 ‘감축 대상’으로 지목됐다.

◆낮잠 잔 보훈회관 건립

여야가 이해관계가 일치해 한목소리를 낸 예산도 문제투성이였다. 민주당 박기춘·박우순 의원과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지방보훈회관 건립 사업비를 “노후한 지방보훈회관 수를 고려해 지원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10억원을 증액했다. 증액분은 그대로 반영돼 정부안 35억2700만원이던 사업비가 45억27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미 정부안에서 전년 대비 70% 증액된 사업이 국회의원 ‘쪽지’까지 얹어진 것이다.

문제는 지자체였다. 이 사업은 국고와 지자체 재원을 2대 8의 비율로 맞춰 총사업비를 만든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많은 지자체가 돈을 마련하지 못해 전체 사업비 중 약 60%인 159억2900만원이 다음해인 2013년으로 이월됐다. 국회가 쪽지로 선심 쓴 세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1년 동안 놀게 된 사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건립비도 비슷한 사례다. 정부는 이 사업비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국회가 새로 만들었다.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임영호, 강기정, 장병완 의원이 “중요 국가 자산인 정부 및 민간 소유 주요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장·보존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청주에 수장고를 건립하자고 23억원을 끼워넣었다. 그러나 국회 결산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은 계획 수립 당시 대상 건물의 공간계획과 대상 건물이 포함된 전체 부지 활용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23억원 중 실제 집행된 돈은 불과 4억원이었다.

◆‘쪽지 명당’ 유사·중복 사업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을 보면 2012년 예산 배정 때 의원들은 지역구 하천에 증액 릴레이를 펼쳤다.

한나라당 정수성(경북 경주 충효천 2억원), 장윤석(〃 문경 양상천 2억원, 〃 예천 한천 2억원·송평천 2억원), 김상희(경기 부천 삼정천 23억원·심곡천 14억원) 의원 등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은 76개 하천에 2억∼150억원(한나라당 한기호 의원, 강원 춘천 약사천)을 밀어 넣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이에 대해 생태하천복원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지방하천정비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2007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만큼 단일 부처로 사업 통합을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정처는 이외에 하수도 사업도 지자체별로 관리하지 말고 중앙정부의 통합하수도사업으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챙기기 노른자위인 이런 사업을 통폐합할 의지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생태하천과 하수도는 의원들이 느슨한 정부의 견제를 이용해 눈치 안 보고 쪽지예산을 따낼 손 쉬운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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