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끝난 체포동의안 보고
여야는 2일 정기국회 개회식 직후 본회의를 열고 체포동의안 보고 절차를 마쳤다. 본회의 개의선언에 이어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 소식이 전해지는 데 불과 46초가 걸렸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본회의에서 통진당 김미희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본회의가 열린 것 자체에 심각한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 의원석에서는 “너도 RO(혁명조직)냐”, “북한에 가서 발언해라” 등의 야유와 고성이 이어졌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당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본청 입구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이정희 대표와 이 의원이 악수하는 것을 보고 “여기가 어딘데 있느냐”고 달려들자 통진당 김재연 의원과 당직자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서로 밀치는 충돌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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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앞줄 오른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최경환 원내대표(왼쪽)와 이야기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
국회는 이날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간의 정기국회 회기결정 안건을 재석 264명 중 찬성 255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가결했다. 통진당 김재연·김미희 의원이 반대했고, 기권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 7명 중 문재인 의원 이름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기권한 문 의원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의원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한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회기결정 안건은 체포동의안과는 상관 없다”고 설명했다. 기권한 의원 대부분은 체포동의안 처리가 회기 의결과 관련이 있다고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 측은 “체포동의안의 의사일정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는 과정에서 표결이 이뤄져 자동 기권이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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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앞줄 왼쪽)가 2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나눠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 호소문을 받아들고 의원총회가 예정된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여야는 본회의 전 각각 의원총회를 소집해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에 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전원 ‘비상대기령’을 내리는 강수를 뒀다.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마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체포동의안 처리에 시간이 걸리면 국회 정상화가 더욱 지체될 것이란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소속 의원 전원이 지역구나 외부 활동을 뒤로하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국회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천명하는 내용의 성명서도 채택했다.
체포동의안 제출 직후에도 입장을 유보하던 민주당은 오후 의총에서 국회 보고를 받기로 결의했다. 체포동의안 처리에는 크게 이견이 없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과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면 누구든 결연히 맞서야 한다”며 “이들과 단호히 결별해야만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종북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비공개 의총에서 발언자 20명 중 15명 이상이 체포동의안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일단 동의안 처리 절차에는 착수하되, 관련 내용을 보고받기 위한 정보위, 법사위 소집을 여당에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동의안 처리가 시급하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국회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해 정보위 소집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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