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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코리아-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가다] ⑥ 英 브리스톨 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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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29 18:16:02 수정 : 2013-08-30 0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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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점에서 못 쓰는 ‘상생 화폐’ 골목상권 살려냈다
영국 남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틀에 사는 대학생 케이티 우드러프(20)의 지갑에는 두 가지 화폐가 들어 있다. 하나는 영국 전역에서 쓰이는 법정화폐인 파운드화이고, 다른 하나는 브리스틀파운드로 불리는 지역화폐다. 그는 아침마다 ‘카페 키노’에서 커피를 마시고 브리스틀파운드를 낸다. 그는 “지폐가 예뻐서 손이 간다. 지역화폐를 쓴다는 이유로 가게 주인이 잘 알아봐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에 활기 불어넣는 브리스틀파운드

문화의 도시 브리스틀에는 지역화폐공동체가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목적에서 지난해 9월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지역화폐는 말 그대로 지역 상점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상점에서는 이 화폐가 통용되지 않으므로 자연히 소비자의 발길을 지역 상점으로 이끈다. 지역 자본이 대기업을 통해 대도시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하는 데 한몫을 한다.

브리스틀의 유명 관광지 세인트니컬러스시장은 브리스틀파운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에 해당하는 이곳은 대형 매장이 즐비한 캐벗스트리트 지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 상권은 활기가 넘친다. 요일마다 특색 있는 장터를 세우는 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주된 요인이지만 브리스틀파운드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행인들로 북적이는 영국 브리스톨 세인트니콜라스시장
세인트니컬러스시장에 들어서면 브리스틀파운드 로고인 ‘B’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B’가 붙어 있는 상점은 브리스틀파운드 가맹점을 의미한다. 이런 가게에선 파운드화와 함께 브리스틀파운드로 계산할 수 있다. 상인들은 “처음엔 이 화폐가 생소해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상권을 살리는 효자”라고 입을 모은다.

브리스틀뿐 아니라 다른 영국 중소 도시에서도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브릭스턴, 토트넘, 스트라우드, 루이스가 각각 도시 이름을 딴 지역화폐를 갖고 있다. 이들 중 브리스틀파운드 협동조합은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조합에는 400여개 상점이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고, 조합원 수가 수천명에 이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2월 브리스틀을 찾아 지역화폐의 모범사례로 브리스틀파운드를 지목하기도 했다. 

◆독특한 디자인·지불방식이 인기 비결


브리스틀파운드 협동조합은 지역에 충실한 점을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3월 세인트니컬러스시장에 커피전문점을 연 존 디스데일(31)은 “손님 10명 중 3명 정도가 브리스틀파운드를 쓴다”며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만 이 화폐를 통해 손님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케밥 전문점 주인 존 헤이머시도 “같은 지폐를 쓴다는 이유만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유대감이 생긴다”며 “브리스틀파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쿠폰을 통해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브리스틀파운드의 독특한 디자인도 인기 비결이다. 브리스틀파운드 4가지 종류가 있는데 모두 알록달록한 색깔로 도안돼 있다. 각각 브리스틀을 상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도안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이 정해졌다. 관광센터에서 기념화폐를 팔 정도로 인기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거래 방법인 TXT2PAY(텍스투페이)도 브리스틀파운드의 특징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기 아이디와 거래처, 거래금액을 브리스틀파운드 협동조합에 보내면 상점 주인이 확인한 뒤 물건을 내준다. 지역화폐 중 전자 방식을 사용한 것은 브리스틀파운드가 처음이다. 크리스 선덜랜드 브리스틀파운드 협동조합 상임위원은 “최근 종이지폐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며 “지역화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한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브리스톨파운드의 로고.
◆지역화폐 연대도 모색

브리스틀파운드에도 문제는 있다. 종류가 4가지뿐이어서 고액권이 없다. 주화도 발행하지 않는다.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을 경우 공식 파운드화로 받아야 하므로 일부에선 “불편하다”는 불평도 나온다. 규모가 큰 상점에선 브리스틀파운드를 잘 받지 않는다. 실제 상점가인 노스스트리트의 30여개 상점 가운데 절반은 브리스틀파운드를 받지 않았다. 이런 상점은 종업원이 4∼5명인 비교적 큰 가게들이다.

브리스틀파운드 협동조합은 이런 이유로 지방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의 마찰을 해소하는 게 지방정부가 할 일이다. 협동조합 상임위원인 스티븐 클록은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한 규제와 인허가 문제를 지방정부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리스틀파운드는 다음달 16일 전 세계 지역화폐 행사를 연다. 화폐 발행 1주년(19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 지역화폐 외에도 독일의 힘가우어, 네덜란드의 마키, 브라질의 방쿠 파우마스, 미국의 버크셔가 선보인다. 협동조합 측은 이번 행사가 이들 지역화폐가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브리스틀=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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