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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성폭력 상담… 앉을 자리도 부족

입력 : 2013-08-19 19:06:00 수정 : 2013-08-19 23: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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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센터 출범 8년… 사무실 찾아가보니 “원스톱지원센터 진술분석 모니터실에는 형사와 속기사, 진술분석 전문가, 보호자, 변호사까지 최소한 다섯 명이 들어와야 해요. 하지만 센터는 의자 두 개만 놓아도 꽉 차서 다른 사람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2005년 8월 성폭력 사건 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이 부처 칸막이를 허물겠다며 설립한 원스톱지원센터가 업무를 시작한 지 8년이 지났다. 이 기간 지원센터는 전국에 24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19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의 대표적인 지원센터인 종로구 연건동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의 상황은 열악했다. 이곳을 찾는 피해자는 물론 조사자들까지 “센터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가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 발생 때 피해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운영 기관은 경찰관이 상주하며 수사부터 의료지원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지원센터 17곳과 여기에 심리 치료 기능까지 보강된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7곳이 있다.

여가부는 이와 별도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지적장애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담·법률·의료 등을 지원하는 해바라기 아동센터 8곳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같은 시설을 놓고 경찰은 ‘원스톱지원센터’, 여가부는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로 명칭이 제각각이다.

서울대병원 동창회건물 지하에 있는 서울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내 비좁은 진술 모니터실에서 관계자들이 피해자의 진술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의 성범죄 단속 강화와 함께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들 시설 이용자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지원센터 이용건수는 5만532건(피해자 1만10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8834건(피해자 8106명)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지원센터의 시설과 직원 등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동창회건물 지하에 있는 서울 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모니터실과 진술녹화·상담·화장실은 각각 3.3㎡(1평) 정도에 불과하고 7㎡ 남짓 되는 방을 7명의 직원이 사용한다.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심리센터는 인근 탭댄스 학원이 위치한 건물에 설치돼 소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여성·아동센터 관계자는 “좁은 대기실 공간에 한꺼번에 7건의 사건 피해자가 몰리기도 해 피해자 신상 보호는커녕 7건의 피해자와 가족, 경찰 일행이 다닥다닥 붙어 서서 기다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지원센터를 이용한 한 피해자 가족은 “장소가 한정돼 치유 프로그램을 받고 싶어도 일하시는 분들만으로도 좁은 공간이다 보니 눈치가 보여 쉽게 찾아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각 센터 기능을 보강해 통합지원이 가능토록 하고 독립된 건물에 접근성을 높여야 하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인건비를 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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