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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日 응원단, 어찌하여 남의 눈 속 ‘티’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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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29 19:04:24 수정 : 2013-07-30 10: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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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잊은…’ 현수막에 日, 유감표명 강력항의 나서… 욱일승천기에는 침묵
붉은악마, 박종우 교훈삼아 부적절한 응원 개선해야
전통 건축에서 ‘들보’란 칸 사이의 두 기둥을 건너지르는 목재를 말한다. 천장과 지붕을 받치는 큰 목재를 대들보라고 한다. 지붕의 무게를 떠받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이 들보가 눈에 들어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28일 2013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 경기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 걸개가 한국 측 응원석에 걸린 것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꼭 그렇다. 걸개는 킥오프 직전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과 함께 내걸렸지만 하프타임 때 철거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9일 오전 정례 회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응원할 때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현수막이 내걸린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사실이 밝혀진 뒤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이니 구니야(大仁邦彌) 일본축구협회(JFA) 회장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 항의하며 “적절히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문과 방송도 이날 일제히 대형 걸개 사진을 실으며 “FIFA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앵무새처럼 지적했다. 진보로 분류되는 아사히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일본 응원단이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일간스포츠 제공
그런데 그들은 정작 일본 팬들이 대형 ‘욱일승천기’를 꺼내 3분간 흔들었으며, 안전요원에 의해 제지당한 사실은 쏙 뺐다. 욱일승천기는 뭔가.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사용한 ‘대동아 깃발’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는 막대한 피해를 안긴 일본 제국주의 상징이 아닌가. 

일본 팬들의 욱일승천기 응원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8월 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한·일 8강전에서도 일부가 욱일승천기를 꺼내 흔들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한·일 클럽 대결이 있을 때도 종종 등장했다.

작금의 일본처럼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예수는 꼬집는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복음 7장 3절)고.

차제에 붉은악마의 부절적한 응원도 개선돼야 한다. ‘애국심의 발로’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과 제도, 관행을 무시한 응원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위 결정전에서 ‘독도 세리모니’로 곤욕을 치른 박종우의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대한축구협회의 걸개 철거에 후반전 응원을 보이콧한 붉은악마의 모습은 끝까지 목이 터져라 응원한 일본 응원단 울트라닛폰에 한참 뒤지고 있었다. ‘극일(克日)’은 응원에도 필요하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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