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4천여개 민간자격증, 소비자 피해 '어떻게'

자율 규제가 문제, 민간자격증 등록 전 사전 검증 필요

노량진 학원가에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취업시장의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경색되고 있다. 청년 취업생부터 맞벌이 주부들과 은퇴자들까지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면서 향후 취업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난국의 시기에 취업 준비생들을 유혹하는 것이 바로 각 분야 민간자격증들이다. 

현재 국내 자격증 중 정부 공인자격증은 91개, 민간에서 쏟아져 나온 자격증은 4066개에 달한다. 이들 민간 자격증들 가운데는 최근 녹색산업의 유행에 맞춰 생소한 ‘탄소거래 배출권 거래사’등의 자격증들도 있으며, 취업을 미끼로 교묘하게 미취업자들을 현혹하거나, 국가공인자격인 것처럼 속여 당장 취업이 절박한 이들을 두번 울리는 사기사건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10월부터 거짓 광고 등의 불법을 저지를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민간자격증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민간자격증만 4066개, 철저한 관리 필요

현재 교육부에 등록된 민간자격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655개이던 민간자격증은 2009년 1016건, 2010년1555건에서 지난해 4061건에 달하는 등 무려 지난 5년간 5배나 증가했다. 

교육부 인재직무능력정책과 강정훈 연구사는 “하지만 등록제 실시 이후 소비자 상담건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원)는 제도 시행당시 인 2008년 6368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1162건으로 크게 낮아졌다”며 “이 제도로 우수 민간자격증을 확산하려는 정부정책은 일정부분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앞서 언급한 거짓 광고와 당장 취업이 급한 준비생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자격증 피해사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대안 마련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장관 서남수)는 민간자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 민간자격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격기본법을 지난 4월5일에 개정 공포해 오는 10월6일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된 자격기본법의 주요내용은 민간자격관리자가 거짓, 과장 광고를 하거나, 국가에 등록을 하지 않고 자격을 운영할 시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또한 국가공인 민간자격 관리자가 국가 승인을 받은 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교육훈련생이 시험 검정 없이 교육훈련과정을 이수만 해도 공인 민간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강정훈 연구사는 “그 동안 민간자격증 관리를 교육부에서만 해 관리부재가 있었지만, 이번 법령 개정으로 산업 분야의 자격증은 각 소관 부처가 별도로 관리하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민간자격증 4천여개 시대, 자격증 선별 신중해야      

A씨는 2010년 9월 B씨에게서 ‘○○요법 자격증’이 국가자격증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을 듣고, ‘○○요법 자격증’ 교재 7권을 구입하며 73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A씨는 추후에 이 자격증이 국가자격증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돼 교재를 반품하려했으나 B씨는 이를 거절했고, A씨는 경제적 손해를 봤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민간자격증 사기는 4천여개의 자격증이 범람하면서 취업을 미끼로 소비자들을 현혹,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자격증을 총괄 관리하고 있는 교육부 인재직무능력정책과는 법령을 개정, 소비자 피해 방지에 적극 나섰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우수한 민간자격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자격 등록제’를 이미 시행한 바 있다. 이 제도는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 운영하는 자(개인, 단체, 법인 등)의 경우 주무부장관이 지정하는 등록 관리 기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자격기본법상 미등록 자격증에 따른 법적 제재 조치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미등록 민간자격은 △ 국가공인 신청불가 △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민간자격 정보제공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제도 시행 후 등록 민간자격이 증가하고, 소비자 피해는 감소 추세 에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민간자격 관리자들의 불법 운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민간자격증에 대한 문의를 하면 정부담당자 조차 모르는 자격증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히 가중되고 있다.

자율관리, 정부 철저한 관리 감독 요구 

쏟아지는 민간자격증에 대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배경은 이 시장을 업계 자율관리 하에 두고 있어서다. 현재 민간자격증은 4066개에 달한다. 하지만 1997년 민간자격증제 도입이후 이 시장을 자율에 맡기면서 이를 이용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민간자격증으로 인한 소비자 상담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정부 관리감독의 부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시류에 따라 유행처럼 생겨났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각종 민간자격증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업계 자율관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공인자격증처럼은 아니지만 보다 체계적인 정부 혹은 정부 지정 전문기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또 다른 문제는 민간자격증이 취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도 남발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의 입장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전문가들을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지만, 이를 미끼로 취업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현혹하는 만큼 법 개정에 따른 처벌 수위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민간자격증 관리 관계자는 “실제 민간자격증 취득으로 취업에 도움을 얻는 자격증은 일부”라며 “4천여개 민간자격증 중 취업에 도움을 주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자격증은 그때그때 산업에서 주목받는 부분의 자격증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유행처럼 만들었다 슬그머니 사라진다는 점. 따라서 지금과 같은 사후약방전과 같은 대책이 아니라 민간자격증에 대한 사전 허가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0여개의 국가공인자격증 보다 40배가 많은 민간자격증을 지금처럼 무조건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의 불씨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자율적관리로 방치할 경우 응시료와 교재판대 등을 통한 ‘자격증 장사’는 끊이질 않고 소비자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 

손정우 기자 jws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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