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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없어도 그만인 감투, 우리에겐 없으면 안되는 밥줄”

입력 : 2013-07-15 20:04:17 수정 : 2013-07-15 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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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교수’들의 외침 사회적 지위도 있고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에게 교수 타이틀은 있으면 폼나고 없어도 그만인 ‘감투’다. 하지만 ‘생계형 교원’들에게는 다르다.

18년 동안 성균관대에서 시간강사로 지낸 박재훈(가명·50)씨는 올해 초빙교수가 됐다. 강사에서 교수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거의 없다. 그는 “지난해 학교 측에서 시간강사를 대거 겸임·초빙교수로 전환하기로 결정해 반강제적으로 초빙교수가 됐다”며 “시급 6만1500원짜리 강사에서 연봉 1800만원 받는 교수가 됐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는 내년 시행예정인 ‘강사법’을 앞두고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 비중을 줄이는 대신 겸임·초빙교수 등의 강의를 늘리고 있다.

세계일보가 15일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서울시내 주요 15개 대학의 2011년과 올해 ‘교원 강의 담당비율’을 비교한 결과 13개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강의비율이 줄었다. 13개 대학의 시간강사 강의 시수(1주일 강의시간)는 2년 새 평균 8.2%포인트 하락한 반면 겸임·초빙교수는 평균 3.82%포인트 증가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재정지원 시 대학 평가 항목의 하나인 ‘교원확보율’에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수도 9학점을 채우면 교원 1명으로 인정되도록 하면서다.

예컨대 초빙교수 A, B씨가 각각 3학점과 6학점을 맡았다면, 두 사람은 교원 1명으로 인정된다. 대학으로선 내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고 해고가 까다로워지는 강사 인력을 비전임교수로 대체하고 교원확보율도 올리기 위해 겸임·초빙교수직을 활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근로 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며 “말이 좋아 교수지, 강사 때와 마찬가지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자리”라고 한숨을 쉬었다.

비전임교수제의 왜곡과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채용과정과 임용 후 관리가 투명하고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규정상 대학 교원정원의 20%는 비전임교수로 채울 수 있도록 해 법정정원은 80%만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74.8%에 머물렀고, 의학 계열을 제외하면 66.6%에 불과하다.

대학강사노조와 비정규교수노조 측은 “박사과정까지 마친 수많은 인재가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에서 못 벗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낮은 전임교원 확보율에 있다”며 “대학이 마음대로 쓰고 버리는 비전임교원 수를 줄이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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