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명분과 실리 및 박심(朴心) 반영
청와대는 우선 민주당의 원색적인 대선 불복 행보에 공세적으로 맞설 명분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야당이 최근 국정원 문제를 앞세워 현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듯한 일련의 행태는 여론동향과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60%선을 기록하는 것은 민주당 주장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통성 시비가 이어지는 상황은 국정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차제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홍 대변인의 발언은 정치적 금도를 넘는 막말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권 흠집내기’라는 게 청와대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이날 “여론은 국정원 문제가 야당이 대선에 불복할 정도로 심각하다고는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1212명 대상 8∼11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의 이유로 국정원 의혹과 회의록 공개(18%)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번(63%)보다 2%포인트 하락해 6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민심은 대선개입 문제와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별개로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정쟁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청와대는 민생을 중시하며 정국 전환의 실리를 챙기려는 차별화 전략도 엿보인다.
청와대의 강경 모드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귀태 비유를 모독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 후퇴라는 공과가 분명한 데도 매도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수석이 브리핑에서 격앙된 분위기를 연출할 정도이면 박 대통령도 상당히 화가 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유감 표명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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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청와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12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을 비판하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민주당을 성토하며 청와대를 지원사격했다. 황우여 대표는 회의에서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모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국가 위신을 짓밟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이혜훈, 정우택 최고위원은 “저주의 정치”, “민주당의 구악 그 자체”라며 분노를 표했다. 여당은 그러면서도 일부 의원의 반기에 따른 내부 균열을 경계했다.
당 지도부는 원내 복귀를 위한 ‘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의 조건으로 홍 대변인의 의원직 사퇴와 김 대표의 사과를 내걸었다. 이날 오후 홍 의원의 대변인직 사퇴와 김 대표의 유감 표명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진정성 표현의 정도와 방식에 대해선 13일 당 지도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에는 더 이상 확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치 상황이 주말을 거쳐 해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이 수습 조치를 취했는데도 여당이 국회 공전을 방치할 경우 되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상훈·박세준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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