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건설서 1억 수뢰 혐의
검찰 피의자 신분 소환
혐의부인 땐 대질신문 검토

대통령 선거 및 정치 개입, 여기에 개인 비리 의혹까지 받고 있는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삼각 포위’ 상태에 놓여 있다.
원 전 원장은 당장 검찰에 출석해 건설업자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주로 예정된 본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사건 재판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사상 처음 열리는 국정원 국정조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사와 재판, 국회 검증대에 동시다발로 나서게 된 원 전 원장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수십억원의 회사 돈을 빼돌리고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황보연(62)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최소 1억원 이상의 현금과 선물을 받았다는 게 원 전 원장의 혐의다. 원 전 원장은 그러나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황씨와의 대질신문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황씨에게서 ‘원 전 원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오히려 대질신문을 더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산림청 압수수색과 이승한 홈플러스 총괄사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원 전 원장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원 전 원장 신병처리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원 전 원장은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정원 선거 및 정치 개입 의혹 사건 첫 공판 준비기일 일정이 잡혀 있다. 공판 준비기일이란 향후 열릴 재판 진행절차와 증거, 증인신청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어 원 전 원장이 직접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검찰로선 피의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원 전 원장 신병처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원 전 원장은 또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증인 채택이 검토되고 있어 검찰·법원 출석과 동시에 국정조사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꼭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 전 원장 입장에선 향후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며 방어권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본의 아니게 갖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