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새로 설립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으로 급성장한 업체는 119개였다. 이 중 60.5%인 72개사는 재벌그룹 33곳의 계열사였다. 그룹 계열, 외국인 투자기업, 공기업을 빼고 독립적으로 창업해 500대 기업군에 입성한 곳은 10.9%인 13개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이들 13개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대다수가 하위권에 속했다. 100대 기업은 NHN 단 한 곳이었고, 200대까지 넓히면 유라코퍼레이션,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성동조선해양이 해당된다. 다만 성동조선해양은 경영 악화로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가 앞으로 순위가 더욱 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독립기업이 탄생·성장할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진 원인의 하나로 주식시장의 높은 문턱이 꼽히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치우진 나머지 기업공개(IPO) 문턱을 너무 높여 ‘돈줄’이 막힌 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게 돼 뛰어난 기술력에도 중소기업 수준에 머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신규 상장한 벤처기업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벤처기업 상장 건수는 전년 35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건에 그쳤다. 134건을 기록한 2001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규제를 풀어 증시를 통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독려하고 있는 새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1분기 코스닥 신규 상장업체 8곳 중 벤처기업은 5개에 그쳤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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