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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태계도 “개천서 용나기 어렵다”

입력 : 2013-07-03 19:44:38 수정 : 2013-07-03 19: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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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코어’ 최근 20년간 500대 기업 분석 국내 산업 생태계가 재벌 중심으로 고착화돼 자수성가한 기업들은 설 땅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벌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와 일감 몰아주기로 대표되는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해 ‘창업→벤처·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고리는 끊긴 지 오래다. 상장을 통해 중견·대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벤처기업도 갈수록 줄어 경제력의 재벌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새로 설립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으로 급성장한 업체는 119개였다. 이 중 60.5%인 72개사는 재벌그룹 33곳의 계열사였다. 그룹 계열, 외국인 투자기업, 공기업을 빼고 독립적으로 창업해 500대 기업군에 입성한 곳은 10.9%인 13개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이들 13개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대다수가 하위권에 속했다. 100대 기업은 NHN 단 한 곳이었고, 200대까지 넓히면 유라코퍼레이션,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성동조선해양이 해당된다. 다만 성동조선해양은 경영 악화로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에 들어가 앞으로 순위가 더욱 처질 가능성이 크다. 
설립 10년 이내로 대상을 좁히면 500대 기업으로 도약한 30개 기업 중 독립기업은 뉴옵틱스, 모뉴엘, 하이호금속,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 등 4곳에 불과했다. 최근 10년 동안 자산이 급증한 기업 역시 대다수는 재벌 계열사였다. 성동조선이 84배가량 늘려 1위에 올랐지만 이어 현대엠코(73배), CJ헬로비전(67배), 현대글로비스(36배), 한화S&C(34배) 등 대기업 계열사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박주근 CEO 스코어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기치로 걸고 벤처기업을 비롯한 독립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독립기업이 탄생·성장할 수 있는 입지가 좁아진 원인의 하나로 주식시장의 높은 문턱이 꼽히고 있다. 투자자 보호에 치우진 나머지 기업공개(IPO) 문턱을 너무 높여 ‘돈줄’이 막힌 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게 돼 뛰어난 기술력에도 중소기업 수준에 머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신규 상장한 벤처기업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벤처기업 상장 건수는 전년 35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건에 그쳤다. 134건을 기록한 2001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규제를 풀어 증시를 통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독려하고 있는 새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1분기 코스닥 신규 상장업체 8곳 중 벤처기업은 5개에 그쳤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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