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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빠가 들려주는 소설 속 꽃 이야기

입력 : 2013-04-05 17:56:20 수정 : 2013-04-05 17: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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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지음/샘터/1만3800원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지음/샘터/1만3800원


10여 년 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이 저자에게 물었다.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 저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일간지 기자로 여의도 정가와 온갖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정작 꽃에는 문외한이었던 것. 딸을 끔찍이 아끼는 ‘딸바보’였던 그는 굳게 결심했다. 딸바보라고 해서 무식한 진짜 바보는 되지 말자고. 그래서 꽃 공부를 시작했다. 쉬는 날 야생화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관련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은 어느덧 아마추어 식물학자 수준으로 성장한 저자가 국내 소설 33편에 등장한 꽃을 주제로 쓴 에세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여주인공 소화·외서댁·이지숙을 각각 박꽃·치자꽃·수선화에 비유했다. 박범신의 ‘은교’에 나오는 노시인은 여고생 은교를 쇠별꽃이라고 부른다. 그뿐 아니다. 김유정의 ‘동백꽃’, 황순원의 ‘소나기’, 최명희의 ‘혼불’, 정유정의 ‘7년의 밤’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작품들에서 꽃은 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기자 특유의 ‘직업의식’을 십분 발휘한 대목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 왜 쑥부쟁이가 등장하는지 못내 궁금했던 저자는 소설가와 직접 만나 이유를 들었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에는 아주 기이한 모양의 때죽나무가 나온다. 저자는 소설 무대로 알려진 경기 남양주 홍유릉에서 문제의 때죽나무를 찾다가 실패하자 작가한테 전화해 위치를 묻기도 했다.

저자가 찍은 꽃 사진 100여 점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독특한 식물로 김영하의 ‘에네켄’에 등장하는 용설란 사진처럼 희귀한 자료가 가득하다. 김용택 시인은 추천사에 “꽃을 통해 소설에 접근한 책은 처음 봤다”고 적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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