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후보간 정책적 차이가 지난 두 차례 때보다는 돋보였다”면서 “부동층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부동층 가운데 투표의지가 있으나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겐 마지막으로 후보를 비교·평가할 수 있었던 토론”이라며 “현재 판세가 초박빙의 혼전 양상이기 때문에 승패에도 다소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지지층이 결집돼 있어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양자토론이 한번쯤 더 있었다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으로는 미진한 것 같다”고 평했다. 양 교수도 “이미 지지를 결정한 유권자가 변할 가능성은 없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감흥이나 느낌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윤 실장도 “충분하게 지지층이 결집된 상황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해서 후보를 선택하는 시기는 일단 지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변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토론 자체만 놓고 보면 문 후보가 다소 우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양 교수는 “문 후보는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질문이 날카로웠고, 박 후보는 시작은 좋았으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평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오늘 토론을 통한 부동층 유입에선 박 후보 보다는 문 후보가 더 이득을 본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원책 정치평론가는 “양측이 포퓰리즘 정책만 내세우면서 핵심을 피해갔다”며 “특히 문 후보는 연간 39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복지정책을 얘기하면서 재원 마련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박 후보가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대선 보다 피 말리는 접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대선의 최소 득표차 기록은 97년 대선의 39만여표(1.6%)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수도권에서 문 후보가 8%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지 못한다면 박 후보가 다소 유리하지만 결국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본부장은 “박 후보는 향후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고 수도권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문 후보 입장에선 20∼30대 투표율 제고가 최종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남은 이틀간 수도권 등 박빙·열세 지역 위주로 유세 일정을 잡았고, 문 후보측은 30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77%의 투표율을 달성하자는 ‘377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태영·박세준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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