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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바다농사 망친 섬엔 눈물만…

입력 : 2012-08-29 23:28:21 수정 : 2012-08-29 23: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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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벤 직격탄 전남 보길도 전복양식장 가보니 태풍 ‘볼라벤’의 폭격을 맞은 지 하루 만인 29일, 전복 주산지 전남 완도군 보길도는 거대한 쓰레기섬으로 변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피서객들에게 자리를 내준 중리와 통리, 예송리 해수욕장의 백사장에는 연안에서 떠밀려온 전복 가두리양식장의 폐어구들로 산더미를 이뤘다. 어림잡아 10m에 이르는 폐어구 더미들이 해안가마다 수십개씩 널려 있었다.

이틀 전만 해도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정리돼 있던 전복 가두리양식장은 하루 만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부표나 어구는 단 한개도 남아 있지 않아 이곳이 양식장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전복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쓰레기장 된 해변 29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 해수욕장 백사장에 태풍 ‘볼라벤’에 의해 전복 양식장에서 떠밀려온 어구들이 쓰레기더미처럼 쌓여 있다.
보길도 예송리 전복 어민 70여명은 이날 마을회관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한숨소리만 터져나왔다. 60대 후반의 어민은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줄 것을 생각하니 죽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복의 먹잇감인 미역과 다시마가 잘 자라는 보길도는 전복 양식지로 유명하다. 803양식어가가 407ha의 양식장에서 연간 30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부자 섬’이다. 하지만 이번 태풍으로 전복 어민 모두가 피해를 당해 ‘한숨의 섬’이 됐다. 전복 양식 어민들은 2∼3년간 가두리시설과 전복을 키우면서 규모에 따라 2억∼5억원을 들였지만 단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추석 대목의 출하를 불과 보름 앞두고 양식장을 잃어버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예송리 백성웅씨는 “추석 대목에 백화점 납품 약정까지 해놓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울먹였다. 태풍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백씨는 이번 추석 대목에 150칸의 양식장에서 수확한 전복을 팔아 3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이런 부푼 꿈이 사라져 버렸다.

전복 양식의 꿈을 안고 4∼5년 전에 보길도로 귀어한 젊은 어민 10여명은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3억∼4억원의 빚을 내서 초기 시설을 갖춘 이들은 적어도 두번 정도 수확을 해야 본전을 한다. 하지만 첫번째나 두번째 수확을 앞두고 태풍 피해를 당해 초기 투자금을 갚을 길이 막막해졌다. 3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5억원을 들여 전복사업에 올인한 백모씨는 “죽고 싶어도 빚 때문에 못 죽겠다”고 울먹였다.

그래도 보길도 어민들은 희망의 끈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어민들은 태풍이 지나가자 옛날 행정지도를 펴놓고 양식장의 소유기점을 구분하는 눈물의 복구작업에 나섰다. 폐어구를 치우는 것보다 전복 씨를 새로 심는 작업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3년간 전복 양식으로 소득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전복을 출하하려면 대개 2년 이상이 걸린다. 양식장 시설 자체가 몽땅 사라져 맨땅에 다시 시설을 하고 종패를 넣고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수억원의 빚을 내서 시설투자를 한 어민들은 새 어장을 조성할 종잣돈조차 없어 전복 양식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전복 양식 종잣돈을 저리로 융자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보길도 통리 유필상 어촌계장은 “전복 양식의 경우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 모아놓은 돈을 모두 투자해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자금 등 초기 자본을 저리로 빌려주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도=류송중·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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