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살인마에 동생 잃은 이후 가족 풍비박산”

입력 : 2012-08-27 22:25:28 수정 : 2012-08-27 22:25: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묻지마 범죄' 남은 자의 고통… 심각한 2차 피해
“동생이 살해당하고 나서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하루하루 수면제로 버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죽은 미모만 찾아요. 그런데 동생이 직장도 다니지 않았고 부양가족도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고작 200만원을 준다고 하네요. 동생 잃고 돈 챙기려는 속물로 보일까봐 하소연도 못했어요. 더이상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지난해 12월 발생한 살인사건의 희생자 A(32·여)씨의 언니)

‘묻지마 범죄’와 성폭력, 살인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은 제대로 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해 두번 울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범죄피해자 구조금은 최대 54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심리치료와 같은 의료지원은 관련 규정이 미흡해 피해자나 유족들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피해자들에게 지원된 구조금은 55억1000여만원으로 5년 전인 2007년 16억여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지급건수 역시 지난해 287건으로 5년 전 169건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매년 25만여건에 달하는 살인·강도·강간·폭행·상해 등 강력범죄 발생 수치에 견줘 극히 미미한 비중이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피해의 전부나 일부를 가해자에게서 배상받지 못한 경우 유족에게는 최대 5400만원, 피해자에게는 최대 4500만원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나 유가족이 치료와 재활에 들이는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만일 뇌손상, 반신불수 등 영구장애를 얻게 되면 치료비로 가족들은 빚더미에 깔리고, 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2008년 퇴근길에 퍽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반신불수가 된 A(54)씨 가족은 수억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두 딸은 대학진학을 포기했고, 아들은 군 입대를 택했다. 이렇다할 수입은 없고,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려워 가정경제는 순식간에 파탄이 났다.
범죄피해구조금 책정방식 역시 불합리하다. 범죄피해를 볼 당시의 월급액, 부양가족 수를 감안해 피해구조금을 산정하는데,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국피해자지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가난한 집 사람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면 그 가족은 폭삭 망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범죄피해자와 유가족이 입는 절망감과 죄책감 등 심리적 외상에 대한 체계적 지원도 미흡하다. 이들에 대한 치료를 맡고 있는 일선 범죄피해자센터는 “상담사의 전문성이 부족해 기껏 피해자와 유가족의 말동무가 돼주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범죄피해자 B씨(27·여)는 “지난해 묻지마 폭행을 당한 뒤 범죄피해자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당시 충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피해구조금 액수를 높이고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해선 전국단위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연계해 정신적·신체적 치료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