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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때도 탄핵 때도 역풍… 사찰정국 닮은꼴?

입력 : 2012-04-03 18:54:22 수정 : 2012-04-03 23: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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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선 돌발변수 살펴보니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터진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으로 총선정국이 혼미해졌다. 이번 사건이 전·현 정권 간 감정싸움까지 일으키며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어서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역대 총선에서도 선거 막판 구도를 출렁이게 한 대형 돌발 변수가 적지 않았다.

1992년 3월 치러진 14대 총선에서는 218석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대한 견제심리에도 민자당의 ‘여유 있는’ 과반의석 확보가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 2, 3일 전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야당 후보 흑색선전 등 선거개입과 군부재자 투표 부정에 대한 이지문 육군 중위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민자당은 역풍을 맞았다. 총선 성적표가 이전보다 70석 가까이 까먹은 149석에 그친 것. 당시 김대중의 민주당은 97석, 신생정당인 정주영의 국민당은 31석을 차지했다.

4년 후 15대 총선도 초반에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비리 등에 따른 정권심판론의 비등으로 여권이 불리했다. 신한국당이 세대교체와 ‘3김 퇴진’을 내걸며 총력전을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선거를 사흘 앞두고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무장병력을 판문점에 투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수도권 유권자의 안보 불안 심리를 이용한 여권의 ‘안정론’ 호소가 먹히면서 신한국당은 집권당 최초로 서울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등 139석으로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수도권에서만 최대 20석가량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넘어갔다고 할 정도로 ‘북풍(北風)’은 결정적 변수였다. 김대중의 국민회의는 78석에 그쳤고, 김종필의 자민련은 50석을 얻었다.

북풍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불었지만 역효과를 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은 전국 정당화와 원내 다수당을 위해 올인했다. 선거 사흘 전에는 비장의 카드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약발이 없었다. 오히려 보수층 결집으로 총 273석 중 한나라당이 133석을 가져갔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각각 115석과 17석에 만족해야 했다.

17대 총선은 선거 한 달 전 발생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승부가 일찌감치 갈렸다.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분당에도 ‘탄핵 역풍’에 힘입어 원래 의석의 3배를 넘는 152석의 과반을 확보해 여대 야소 국회를 열었다. 박근혜와 ‘천막당사’를 앞세우고도 벼랑 끝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덕에 그나마 121석을 건질 수 있었다.

돌발변수가 없었던 18대 총선은 넉 달 전 대선의 ‘이명박 압승 효과’에 기댄 한나라당이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2년 뒤 6·2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에도 광역단체장 9곳을 야권에 내주는 등 정권심판론에 부딪혀 참패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20120403022412 004/기/역대 총선 돌발변수와 선거결과 //img.segye.com/content/image/2012/04/03/20120403022412_0.jpg 1 4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403022808 여야, 사찰 난타전… 정책선거 실종 20120403181610 20120404094258 20120403182801 청와대와 야당이 국무총리실의 전방위 사찰을 둘러싼 난타전을 이어가면서 4·11총선에서 정책 선거전이 사라지고 있다.청와대는 3일 노무현 정부에서의 언론사주·연예인 사찰 의혹을 새롭게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추가 제기하고 총선 후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했다. 선거를 8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불법사찰 이슈를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노무현 정권에서 작성한 총리실 조사심의관 보고서에는 언론사주, 연예인 관련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한명숙 상임선대위원장이나 문재인 특별선대위원장은 다른 세계에서 살았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총리실이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가 2010년 7월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돌려받은 조사심의관실 문건은 1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조사심의관실이 민간인과 정치인을 사찰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는 본인 명의가 아닌 차명계좌의 돈 흐름까지 포함돼 있다”며 “계좌추적 권한이 없는 조사심의관실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차명계좌까지 조사할 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또 다른 의혹을 언급했다. 그러나 언론사주, 연예인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민정라인 관계자가 “이름이 없다”고 전해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민주당 ‘MB(이명박)·새누리심판국민위’ 박영선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불법사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충연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수첩을 공개하며 “기무사와 국정원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개입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첩을 보면 2008년 9월 BH(청와대), 국정원, 기무사가 같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기무사는 어떤 이유로도 민간인 관련 업무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관여 흔적은 이 수첩 말고도 여러 곳에 나온다. 국정원 직원 이름과 전화번호도 등장한다”며 청와대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입수하지 못한 여섯 박스 분량의 사찰 보고서가 모처에 은폐됐다며 성남시 분당구 모처의 주소를 공개했다.양측의 공방 격화로 정책 선거는 아예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7일 ‘가족행복 5대공약’ 발표후 이렇다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과 이날 일자리와 의료복지 정책을 발표했으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사찰문제가 불거지면서 다른 이슈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선거 종반으로 갈수록 네거티브 전략이 부각되기 마련”이라며 “앞으로도 사찰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청중·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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