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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제조·판매 허용은 위헌” 첫 헌소

입력 : 2012-01-11 23:03:56 수정 : 2012-01-11 23: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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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담배사업법 폐지’ 청구서 헌재에 제출
“국가가 국민생명권·행복추구할 권리 침해”
위헌 결정땐 국내 담배산업 거센 파장일 듯
담배의 제조·수입·판매 등을 국가가 허용하도록 하는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동안 국가와 KT&G를 상대로 여러차례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배상책임이 인정된 적이 없어 헌법재판소 결정이 주목된다. 담배사업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 담배의 국내 제조는 물론 수입도 사실상 쉽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건강에 유해한 담배를 국가가 허용해서야…”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9명은 11일 “담배사업법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국가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유해물질인 담배를 국가가 합법적으로 제조 또는 수입하게 해 국민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으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청구인은 박 전 원장을 비롯해 흡연자로 현재 폐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시민과 간접흡연의 폐해를 우려한 임신부, 청소년 등이다.

청구인 측은 “헌법 제34조3항이 보장하는 보건권에 따르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담배사업법을 제정해 보급 등에 앞장선 것은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또 “정부는 헌재 결정 전에라도 담배사업법을 폐지하고 니코틴을 전달하는 물질인 담배를 엄격한 마약류로 관리해 국민의 건강 보호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청구 대리인인 이석연 변호사는 “담배의 유해성 관련 소송은 그간 국내외에 많았으나 헌법소원은 세계 처음”이라며 “위헌 결정이 나면 파장이 크겠지만 그보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가·업체 손배책임… 해외는 ‘OK’, 국내는 ‘NO’

수십년간 담배를 피워오다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린 환자들이 국가나 담배제조·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경우는 국내외에 많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999년 장기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외항선 기관장 김모씨 등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이래 여러 소송에서 법원이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대부분 ‘담배 제조사의 위법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선고가 날 때마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원고 측은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오랜 흡연으로 인한 폐암은 흡연자 개인 책임이라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법원이 인과관계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으니 입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마다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결국, 이번 헌소 건도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할지, 유해한 담배의 유통을 국가가 허용하는 것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재영·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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