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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버섯 `일진'] 양지서 되돌아본 `과거'

입력 : 2011-12-30 09:50:25 수정 : 2011-12-30 0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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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았던 어느 `일진'의 참회 지난해 청주의 한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김민석(14ㆍ가명)군은 `일진'으로 악명을 떨쳤다.

충북의 한 대안학교에서 만난 김 군은 `일진'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다.

하지만 그가 여러 차례 고개를 떨구며 털어놓은 `과거'는 소문으로만 듣던 악랄한 `일진' 그 자체였다. 그가 저지른 악행은 `구타', `돈 뜯기', '교복 뺏어 입기', `교사한테 욕하기', `수업중 음담패설', `교내 음주', `오토바이 훔쳐타기'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다양했다.

김 군이 `일진' 패거리가 된 것은 여학생을 때려 강제 전학을 당한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전학 간 학교에서 '까부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초등학교 때 어울렸던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일진' 생활이 시작됐다.

아버지한테 자주 꾸지람을 들어 성격도 공격적으로 바뀐 김 군은 1학년 1학기 초부터 반 친구들 가운데 힘이 없어 보이는 1∼2명을 갈취 대상으로 골랐다. `선배에게 상납해야 하니, 내일 점심때까지 5천원을 만들어오라'는 식으로 돈을 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챙긴 돈을 용돈으로 쓰고 나머지는 선배 `일진'한테 상납했다. 돈을 가져오지 않는 친구는 교실 구석 등으로 끌고 가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 때렸다.

돈을 뜯지 못해 상납을 거르면 민석이도 선배한테 `물갈이(폭행)'를 당했다. 이런 식의 갈취는 일 년 내내 계속됐지만, 학교 안에서 제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민석이는 교복도 학교에서 해결했다. 키가 자라 교복 바지가 맞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바지를 빼앗아 입었다.

여자 선생님이 맡은 수업시간에는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수업을 방해했고, 수업 도중에 벌떡 일어나 교실 밖을오 뛰쳐나가기도 했다. 특별한 동기는 없고 모두 재미 삼아 하는 짓이었다.

가끔 피해 학생의 신고로 상담실 등에 불려가도 `빌려준 돈을 받았다', `친구가 그냥 준 것이다'라고 거짓말을 하면 별문제 없이 넘어갔다. 생활지도교사나 담임이 사실인지를 까다롭게 따지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고자질한 학생을 보복하는 것은 절대로 잊지 않았다.

"그때는 선생님한테 대들어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우쭐함에 빠졌던 것 같아요. 학교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절대로 폭력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폭력은 좋지 않아요"

교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김 군에게 학교 측은 교내 봉사활동 같은 벌을 주기도 했지만, 그의 `막가파식' 비행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김 군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다른 반 `일진'들과 어울려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돌아다니는 등 점점 더 깊은 타락의 늪에 빠졌다.

결국 학교 측은 작년 12월 김 군을 대안학교로 보냈다. 부모에 이끌려 대안학교에 온 김 군은 이곳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지도교사와 함께 먹고 자는' 대안학교 생활이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김 군이 대안학교의 임상 심리사와 정기 상담을 하면서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일반학교에 다닐 때 교사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그가 이제는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도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할 정도로 변했다.

두 달 전에는 다니던 학교를 직접 찾아가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김 군은 "학교에 돌아가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공부를 열심히 해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면서 "학교에서 `일진'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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