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용의 패터슨 "내가 진범"

지인 “내게 분명히 말해… 한국도 비웃어” 증언
대법 “패터슨 진범 가능성 커”… 유족에 배상판결
공소시효 놓고 “6개월도 안남았다” vs “충분하다”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아서 패터슨(32)이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법원도 진작에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판시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부실수사로 진상 규명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신병인도 재판을 받고 있는 패터슨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돼 신속한 송환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MBC 뉴스에 따르면 패터슨의 지인 최모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MBC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패터슨이 ‘내가 조씨를 죽였다’고 말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패터슨에게 ‘한국 정부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더니 ‘웃기지 마라. 한국 사법당국은 순 엉터리다’고 비웃었다”고 덧붙였다.

사건 직후 살인범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에드워드 리도 최씨와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드워드 리는 최근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 앞으로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패터슨이 재판에 넘겨지면 법정에서 진실을 얘기하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썼지만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 또한 “패터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가 범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포스터.

이와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서는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뜨겁다. 특히 검찰이 패터슨의 출국정지 기간을 제때 연장하지 않아 그가 1999년 8월23일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게 사실상 ‘방조’한 것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대법원은 조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검찰이 핵심 용의자의 출국을 정지하지 않아 미국으로 도주하게 만들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에드워드 리가 아니고 패터슨이 진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패터슨의 공소시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패터슨이 수사 도중이 아니고 한국에서 판결을 받은 다음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고 계속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현재 공소시효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신병인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히 패터슨 신병을 인도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검찰은 “공소시효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미처 연장하지 못한 틈을 타 도주한 것”이라며 “당연히 출국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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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