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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하다 외면하는 순간 우리도 방조자"… ‘불편한 진실’ 가감 없이 담아 더 큰 공감

관련이슈 충격실화 '도가니 신드롬'

입력 : 2011-09-29 00:47:41 수정 : 2011-09-29 0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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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이유 있는 돌풍 영화 ‘도가니’는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쟁쟁한 개봉작들을 제치고 예매 점유율 1위(41%)를 달리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다가 아동 학대 등의 불편한 소재를 다룬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돌풍이다.

관객들은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견뎌내면서 고통스러운 내용 때문에 고문을 받는 느낌까지 호소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처럼 관객과 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는 배경은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의 말에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공씨는 시사회가 끝난 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던 자리에서 “혐오스럽고 끔찍한 것을 보기 싫어하는 우리의 본성을 이용해 그들은 마음껏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추악하다고 해서 외면하는 순간 우리도 방조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공씨는 이어 “실제 사건은 소설에서 축소됐고, 영화는 다시 소설보다 축소된 내용인데도 이렇게 충격이 크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이 사건이 문제적이라는 게 작가로서는 행운이고 시민으로서는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자 엄용훈 삼거리픽처스 대표는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의미 있는 작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원작을 읽고 나서 세상에 꼭 다시 영화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도 막상 기획단계에 들어가면서 커다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제가 무겁고 긍정적 결론이 아닌, 먹먹한 진행형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번번이 거절당하다가 “이런 영화는 꼭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공감을 나타낸 CJ E&M의 장진승 투자팀장과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인위적인 결말을 유도하거나 너무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시키지 않은 ‘정직한 영화’를 만들면 관객이 평가할 것이라는 소신으로 밀어붙인 게 적중했다. 안정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 외에도 실화가 주는 ‘힘’, 원작자 공지영의 높은 인지도 등도 흥행요인이라는 평이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충실히 따라가는 가운데 아이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화를 본 누리꾼들이 재수사와 폐교를 청원하면서 분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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