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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미래다] 4대 곡물 메이저와 ‘유통 大戰’… 식량주권 지키기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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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9-06 20:44:04 수정 : 2011-09-06 20: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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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량의 60% 공급…가격 폭리에 항의도 못해
美에 민관합동 법인 세워…연간 400만톤 확보 목표
1980년 전두환 정권은 그해 여름 냉해로 쌀생산량이 급감하자 쌀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당시 쌀 생산량은 355만t으로 전년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정부는 국제 곡물 메이저에 매달려 쌀을 구했는데, 그 가격은 국제시세의 2.5배인 t당 500달러였다. 비슷한 시기 선경그룹(현 SK그룹)은 미국에서 3만6000t의 옥수수를 생산했다. 이를 국내에 들여오려 했지만 운송에 필수적인 엘리베이터(곡물저장시설)를 임대하지 못했다. 결국 국내로 가져오지 못하고 현지에서 매각했다.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곡물 값 급등으로 안정적인 곡물 수급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이나 미국처럼 넓은 국토를 가진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국가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해외 농지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지의 토지 약탈이란 인식 등 부정적인 요인으로 쉽지만은 않다. 이에 외국에서 생산된 곡물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유통망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ABCD’에 놀아나는 한국

국제 곡물 시장은 ‘ABCD’가 장악하고 있다.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 루이드레퓌스(LDC) 등 글로벌 메이저 업체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80∼9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 메이저 곡물회사에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옥수수·콩·밀 등 3개 곡물의 경우 연간 1300만t가량 수입해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하지만 이중 60%가량은 이들 메이저 곡물회사에서 들여온다.

2008년 기준으로 옥수수는 62.4%, 밀 58.4%, 콩 65.8%를 이들 회사로부터 들여왔다.

손에 꼽히는 곡물 수입국이면서도 자체 유통망조차 없어 결국 메이저 곡물회사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결국 이들 곡물 메이저가 횡포를 부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곡물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 11월∼2008년 12월 4대 곡물 메이저의 도입 가격은 t당 273.9달러로 다른 곡물회사의 253.4달러보다 20.5달러나 비쌌다. 또 밀 가격은 시기와 관계없이 4대 곡물 메이저의 가격이 t당 50달러 정도 높았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보이는 일본은 자국 곡물 유통 회사를 통해 외국 곡물을 수입해오고 있다. 메이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셈이다. 한국의 농협중앙회 격인 일본의 젠노는 1978년 자회사인 ‘젠노 그레인’이란 곡물회사를 설립했다. 1988년 미국계 곡물 기업인 ‘CGB’를 인수, ‘미국 중부 곡창지대-미시시피강 유역-뉴올리언스 항구’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보유했다. 이를 발판 삼아 현재 일본 곡물 수입량의 30%를 취급하고 있다.

◆곡물유통망 설립… 30% 직접 조달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2015년까지 전체 수입 곡물 중 30%를 자체 유통망을 통해 도입하기 위해 삼성물산, 한진, STX 등 3개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 곡물유통회사 현지 법인(aT Grain Company)을 설립했다.

곡물 메이저 업체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현지 곡물을 확보하고 저장·가공·운송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 목표다.

2015년까지 연간 400만t의 콩, 옥수수, 밀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곡물 메이저 업체들과 제휴해 미국 최대 곡창 지역인 미시시피강 유역 주변에 곡물 저장 및 운송용 엘리베이터를 확보하는 등 내년까지 미국에서 11개의 엘리베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외에 눈독을 들이는 지역은 브라질과 연해주다. 이들 국가가 세계적인 곡창지대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콩 수출량이 세계 2위, 옥수수 수출량이 세계 3위인 곡물 강국이다. 특히 바이아주는 넓은 곡창지대가 펼쳐져 있는 데다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 곡물을 생산·유통하는 데 최적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농지로 활용할 수 있는 토지는 전체 토지 중 18%인 300만ha에 달할 정도로 비옥하다. 특히 우리 기업이 확보한 국외 농장 면적 중 57%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어, 국내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한 곡물을 우리 유통망을 이용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우려도 있다. 대형 곡물회사는 자국의 농업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성장이 용이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외국 곡물을 사들여야 하는 만큼 기반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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