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시골 미술관에 조각가들이 모여들었다. 단체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연이라는 ‘현장’에서 작업도 하고 지방 문화 수요도 충족시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주인공들은 박선기, 박승모, 성동훈, 이길래, 이재효, 정광식, 최태훈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조각가 7총사다.장소는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 폐교된 중학교가 미술관으로 거듭난 공간이다. 고흥은 파란 하늘빛이 손을 대면 뚝뚝 떨어질 듯하고 산등성이 돌아서면 아쉬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고향의 냄새가 여전히 머물고 있는 곳이다. 눈으로 다가와서 마음 가득 머무는 곳이라 하지 않았던가.
자연이라는 ‘현장’에서 작업도 하고 지방 문화 수요도 충족시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주인공들은 박선기, 박승모, 성동훈, 이길래, 이재효, 정광식, 최태훈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조각가 7총사다.장소는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 폐교된 중학교가 미술관으로 거듭난 공간이다. 고흥은 파란 하늘빛이 손을 대면 뚝뚝 떨어질 듯하고 산등성이 돌아서면 아쉬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고향의 냄새가 여전히 머물고 있는 곳이다. 눈으로 다가와서 마음 가득 머무는 곳이라 하지 않았던가.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에 내려간 조각가들. 박선기(앞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재효, 최태훈, 이길래, 정광식, 성동훈, 박승모 작가. |
특별히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들은 미술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돌과 나무 등 자연 오브제로 작업을 했다. 버려지는 고철도 작업재료로 사용했다. 이길래 작가는 바닷가에 밀려온 폐목 위에 드로잉을 했다. 최태훈은 쇳조각들을 조합해 2m가 넘는 대형 나뭇잎을 만들었다. 관람객들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메모지에 적어 나뭇잎 설치작품에 메달아 놓을 수 있다. 박선기는 폐목과 생나무를 이용해 사다리를 만들고, 이를 적당히 태웠다. 사다리 제단이다. 나무 물성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나무의 진화라고 했다.
정광식은 2m 크기의 자연석을 쪼아 미술관 모형을 만들었다. 업그레이드된 상상의 미술관이다. 성동훈은 폐교의 과학기재자인 저울과 현미경 등을 활과 결합시켰다. 사람의 마음을 재는 ‘감성분별기’라는 작품 제목이 재미있다. 박승모는 인체캐스팅을 가져와 현장에서 알루미늄 와이어로 감는 작업을 자유로운 퍼포먼스처럼 보여주었다. 이재효는 고물상에서 가져온 우산대로 모기와 나방 조형물을 만들었다. 작가에게 모기와 나방은 자연의 표상이다.
성동훈 작가가 폐교 과학기자재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낮선 공간과 자연, 그것은 창작의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이길래 작가는 고흥의 자연에서 이곳 출신 송수권 시인을 떠올렸다. “우리의 삶은 곡선 속에 있다. 희망도 꿈도 사랑도 아픔도 모두 곡선으로 모아진다. 직선 안에는 시간조차 없다. 단지 죽음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했던 송 시인의 말이 그의 소나무 조형물을 닮았다. 동파이프을 잘라 하나하나 용접해 만든 소나무다. 곡선의 조합이다. 아무리 원고를 쓰는 일이 버거워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동차 운전도 배우지 않는 송 시인의 ‘느림의 미학’에 이길래 작가는 공명(共鳴)한다.
최태훈 작가가 야외전시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뭇잎’ 조형물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적어 나뭇잎에 걸었다. |
작가들은 짧은 생애 뻘밭처럼 더러는 비워 놓고 살라하는 송 시인의 권고에 특별히 공감한다. 성찰도 창작도 바로 그런 비워 놓은 공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시골미술관 나들이는 바로 그런 뻘밭 같은 행위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